왜 녹색운동이 정치적이어야 하는가

[시민의 힘]

광장에 펄럭이는 녹색연합 깃발

“저는 순수하게 환경보호에만 관심 있어요. 녹색연합이 환경만 생각해야지 왜 정치색을 띠나요?”
“생업이 바빠 함께 못하지만, 지지합니다. 목소리를 더 내 주십시오.”
2024년 12월, 역사의 비통한 후퇴를 목도하며 광장에서 함께 모이자는 공지에 회원들의 답장이 쏟아졌습니다.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원칙과 질서를 유지하는 힘으로서 ‘정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차이가 큼을 실감했습니다. 이해와 오해의 충돌 속, 질문의 본질은 ‘녹색연합은 대변하고 있는 가치의 무게에 맞게 온당한 방법으로 답을 찾고 있는가’ 겠지요? 한 해 동안 전국 녹색연합의 조직 운동을 갈무리하는 글이 오해를 떨치고 이해를 구하는 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2024년 녹색연합 활동을 요약하자면 첫째는 단연코 ‘권리를 지키는 정의의 정치’를 요구하는 활동입니다. 기후위기가 모든 시민이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권리를 무너뜨리는 문제를 드러내고 정부 기후정책의 헌법 불일치 판결을 끌어낸 기후헌법 소원 참여 활동이 그러했습니다. 내가 쓰지도 않을 전기를 이송하느라 느닷없이 마을 한복판 송전탑을 받아들여야 하는 지역민의 불평등을 이해하고 에너지 전환의 원칙과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 발전소 폐쇄로 지역사회와 노동자의 위기 책임을 나누는 것! 이것이 녹색연합이 요구한 기후위기로부터 모두를 지킬 정의의 정치 역할입니다. 확고히 세운 법이 국민의 환경권을 지키는 데 쓰이지 못할 때 정부의 무책임을 비판하는 것 또한 정의의 정치 역할입니다. 표류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정상화하고, 탈플라스틱 정책 개선을 위한 활동은 끈질기게 지속될 예정입니다.

두 번째는 ‘공존을 위한 생명의 정치’ 활동입니다. 2023년 12월 말, 웅담 채취용 곰 사육의 잔혹함을 세상에 알린 지 20년 만에 야생생물법 개정을 기어이 이끌어 낸 우리 모두의 성과를 기억하시지요? 합법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사육곰 도살은 남은 사육곰의 구조와 대책, 보호시설 운영을 위한 논의로 본격화되었고, 곧 합법적인 구조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만약 고통받는 사육곰을 향한 연민이 돌봄과 복지에 머물렀더라면 이 땅에 더 이상의 사육곰이 존재할 수 없는 항구적인 변화는 불가능했을 테지요. 곰 사육 제도 폐지 법안이 논의조차 없이 폐기될 때마다 국회를 설득하고, 정부를 끊임없이 압박한 결과 ‘생명 존중’의 가치가 ‘생명 정치’로 지켜질 수 있었습니다. 생명 정치로 전환을 꾀하는 위기의 현장은 금강 모래톱에도, 새만금 갯벌에도, 가덕도에도, 설악산 국립공원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사회적 합의로 만든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 원칙이 제대로 된 절차도, 합당한 내용도 없이 폐기된 이후 금강 세종보 앞에는 공공재로서 강의 권리와 생명을 지키는 천막 농성이 260일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새만금은 또 어떤가요. 대규모 야생조류 서식지로서 항공기-조류 충돌의 위험도가 높아 공항 입지로서 부적합함을 알리고, 신공항 건설 계획을 취소할 것을 소송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생태 위기 현장에는 제구실을 못 하는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자리 잡고 있어 갈등과 피해를 예방하는 사전 예방책으로 제대로 쓰이도록 바로잡는 활동은 멈춤 없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사회운동가 파커 파머는 그의 저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민주주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 있는 무엇이라고 말합니다. 녹색연합이 대변하는, ‘생명존중, 비폭력평화 실현, 생태순환형 사회 건설, 녹색자치의 실현의 4대 강령’의 가치가 이미 갖고 있는 무엇이라면, 답을 찾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방법이 곧 민주주의라 할 수 있습니다.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권력에 시민의 권리로 저항하는 것, 비판적 권력감시와 견제로 잘못된 환경정책을 바로잡는 것, 분별력 있게 우리가 지켜야 할 생태 보루의 권리를 대변하는 것이 바로 녹색연합 민주주의의 본질입니다.

협동사무처장 윤소영

◊ 활동가 한마디

올해도 녹색연합은 회원 속에서 끊임없이 묻겠습니다. 민주주의 없이 생명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