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죽은 오색딱따구리
몸집이 작아 자세히 살펴야만 볼 수 있는 죽음들이 있습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8년 발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 방지 대책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매년 약 800만 마리, 하루 평균 약 2만여 마리의 새가 사람이 만든 투명 인공구조물에 부딪혀 목숨을 잃습니다. 새의 눈은 머리 양쪽에 위치해 있어 바로 앞의 유리창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국립생태원 김영준 동물복지연구실장은 “불행히도 새는 토마토도 돌멩이도 아니라, 유리창을 더럽히지도 깨뜨리지도 않는다”며 “이러한 새들의 조용한 죽음에 기대 우리는 여전히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유리창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날기 좋게 만들어진 가벼운 새의 몸 덕분에 투명 인공구조물은 거의 손상이 없습니다. 만약 새 충돌로 인해 유리창이 깨지거나 피로 붉게 물든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지속적인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한다면, 사람들은 진작에 충돌 방지 대책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지 인간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로 방음벽, 건물 유리창, 기타 인공구조물들은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투명하게 만들어져 왔습니다. 지난해 6월, 공공기관이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무를 정한 개정 야생생물법이 시행됐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행 1년이 지난 지금도 농촌과 도심을 불문하고 새 충돌 문제는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새친구 9기 활동을 마치고
‘새친구’는 녹색연합이 6년째 진행하고 있는 야생조류 충돌 저감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모임입니다.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30여 명의 ‘새친구’들과 함께 충청남도 태안 77번 국도 남산교차로 인근 투명 방음벽 176개에 새 충돌 저감 스티커를 부착했습니다. ‘새친구’ 9기 현장 활동에는 서울, 경기, 인천, 충남,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 30여 분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새친구 9기와 녹색연합이 시행한 충남 태안 77번 국도 남산교차로 인근 투명 방음벽 저감 조치는 실제 사고 건수를 줄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9월 진행한 사전 모니터링에서는 부착 전 7건의 충돌 흔적이 발견되었지만, 10월 12일 스티커 부착 이후에는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현장 활동을 마련하기 위해 개설한 카카오같이가치 모금함은 투명 인공구조물에 충돌하는 야생조류 문제를 알리고,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인공구조물에 희생되는 작은 생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해당 모금함에는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좋아요’, 댓글, 공유 기능을 활용해 동참했고, 이는 새 충돌 문제에 대한 시민 인식 확산에 기여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따뜻한 온기로 존재했던 생명체들이 자유롭게 살아도 죽지 않을 수 있도록, 녹색연합은 계속해서 행동할 것입니다.
본부 이음팀 김선아 활동가
◊ 활동가 한마디
작은 새들의 조용한 죽음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는 일은 야생동물 보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살 것인가 하는 물음과 연결됩니다. 조그만 생명들의 초단위 죽음에 대한 의아함이 일상의 관심과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