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녹사평역 3번 출구. 기후위기로 인해 초여름 땡볕 속에서 3시간 동안 걸음 수 2만 보를 찍으며 걸었다. 활동가의 정보가 많은 설명과 주변의 봄꽃들, 같이 다닌 참가자들의 적극적 참여로 지루함이 없는 오후였다.
녹사평역과 삼각지역 근처 오염된 지하수를 모아놓은 집수정, 비산먼지를 날리며 오염된 땅인 캠프킴, 그리고 미군기지 일부를 개방한 어린이 정원을 둘러봤다. 이 장소들의 공통된 점은 시민들이 오염 문제를 알지 못하게 꾸며놓거나, 높은 벽으로 가려서 보이지 않게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곳들을 한국 정부는 왜 감추려고만 할까 생각하니 의아했다. 또한 오염정화를 둘러싼 강대국 미국과 한국의 수세적인 관계에 대해 알게 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적산가옥은 몇 년 전 용산 투어에 참가했을 때와 크게 지형변화는 없었지만, 주변 개발과 더불어 하나둘씩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와 있었다. 건너편 대규모 빌딩과 대조되는 구역이었다. 조만간 이 지역도 개발되겠지만 옛 역사인 적산가옥 보존도 필요하다 생각되었다.
이날 제일 인상적인 곳은 임시개방 중인 ‘용산 어린이정원’이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놀라움을 선사해 준 곳이다. 입구부터 공항과 같이 검사하더니(심지어 마실 물까지 체크) 나올 때도 한 명씩 컴퓨터로 명단을 확인하는 것에 경악했다. 현 정부가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면서, 기름이 유출된 기지 일부를 보여주기식으로 임의 개방한 것도 화나고 놀라웠는데, 하이라이트는 공원 한 켠에 자리 잡은 노란 전시 구조물이었다. 현 대통령과 부인의 업적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전에 서울 시내 야외 전광판에서 자신의 업적 관련 영상홍보물을 틀어대던 때와 겹쳐졌다.
3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곳을 다니면서 용산의 옛 지형과 역사에 대해서도 알고, 미군기지의 문제점과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이런 기획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역사를 고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만들어 갈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녹색연합에서 여러 문제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많은 시민이 참여하면 좋겠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글. 옥선자(녹색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