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으로부터 총회 안내 문자를 받았습니다. 바쁘게 화면이 넘어가는 SNS에서도 총회 알림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총회는 저 같은 사람 말고 열심히 활동하거나 특별한 회원분들이 참석하는 것이라 믿었어요. 사실 그런 분들에게 총회 참석의 역할까지도 미루고자 했던 마음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총회’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있어서 선뜻 참석하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기도 했습니다. 딱딱한 규정이나 절차가 의례적으로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총회에 참석하겠다고 대의원으로 등록했습니다.
사실 제 또래의 친구 같은 활동가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녹색연합 대의원으로서 무언가를 의결하고 의견을 개진한다는 마음보다는, 함께 자원 활동과 캠페인을 했던 20여 년 전의 신입 활동가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신입 활동가로 열정적이고 투지 넘치던 활동가 친구들이 이제는 녹색연합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더군요. 지난 세월 동안 현장에서 묵묵히 녹색의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했던 활동가들을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총회장에 도착해보니 얼굴도 이름도 낯선 활동가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았던 것은 활동가의 회원에 대한 환대, 회원의 활동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인사였습니다. 그렇게 낯설지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총회장에 들어섰습니다. 총회 본회의 시간에 딱 맞추어가서 사전 행사를 직접 체험하지 못해서 미안했습니다.
본회의장에 들어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습니다.
멀리서만 봐도 반가운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마치 동창회에서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찾는 듯 기웃거렸는데, 총회장은 어느덧 진지해집니다.
녹색연합 총회는 민주적 시민단체의 모범다웠습니다.
녹색연합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진행했던 다양한 활동을 전시와 영상으로 요약해서 제시해 주었습니다. 제가 별 관심을 두지 못하고 신문 헤드라인으로 마주했던 다양한 이슈의 현장에 언제나 녹색연합이 있었더군요. 짧은 영상을 보고 미안한 마음 반 고마운 마음 반을 담아 물개박수를 보냈습니다.
저는 봄 소풍 오듯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지만, 진지하게 총회에 임하면서 총회 안건에 대해 질문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적극적인 회원들이 많았습니다.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안건에 대해 충분히 부연 설명을 하면서 소통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20년 전, 녹색연합과의 만남이 생생합니다.
대학생이었던 시절에 녹색연합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녹색연합 시민 소모임 중 하나였던 산이 좋아하는 사람들 ‘녹색친구들’에서 여러 회원과 함께 즐겁게 산행하고,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한북정맥의 주능선의 등산로와 주요 계곡에 대해 자연환경 보고서를 작성했던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회원이 주축이 된 활동이었는데, 지금 시민 운동에서 주목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시민과학’의 원조 격에 해당하는 활동이었습니다. 교육 봉사의 개념이 적용된 섬 환경 캠프, 청년생태학교, 야생동물 밀렵방지 캠페인, 녹색인문학 수업 등 과거의 다양한 활동들도 떠올랐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한동안 저도 참 열심히 녹색연합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회비만 납부하는 회원이 되어 있더라고요. 대학생 때부터 녹색연합 회원인 저는 현재 20년 차 지리 교사입니다. 즉, 교직에 머문 모든 시간 동안에 녹색연합의 회원으로서의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종종 수업 시간에 ‘모든 순간, 모든 곳에서 기후행동이 필요하다’고 기후위기에 대해 강조해서 이야기하는 교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을 내뱉은 후, 쉬는 시간에 종이컵에 일회용 커피를 타서 마셨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동료 교사들과 기후변화나 환경 주제의 수업에 대해서 토의를 해보면 몇 가지 귀결점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관련 주제에 대해서 이미 충분히 많이 알고 있다는 것, 어디까지나 실천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일상적 실천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과 관련한 정치 활동의 중요하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과 활동에 힘이 되어주는 친구 같은 조직이 녹색연합임이 떠올랐습니다.
무언가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통한 노력. 이 모든 첫 시작에 녹색연합이 함께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회비만 내는 회원에서 조금 더 함께하는 회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락가락 변해왔던 회원과 다르게 변치 않고 그 자리에 늘 있어 준 녹색연합! 고맙습니다.
글. 김민수(녹색연합 평생길동무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