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이 명백한 사실이 왜 법에 명시될 수 없는 걸까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발전하면서 동물도 우리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그 개념이 변화하고, 동물의 권리 보장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습니다. 한편, 현행 민법은 물건의 정의를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제98조)’ 라고 하여 동물 또한 물건의 개념에 포함될 수 있게끔 규정하고 있어, 위와 같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죠. 현행법률상 동물은 ‘물건’이기 때문에 반려동물 역시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어 압류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정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지만, 결국 제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였습니다. 한편, 제22대 국회에서도 지난 정부의 입법안을 반영한 민법 및 민사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민법 개정안에서는 “최근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는 1,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동물 학대ㆍ유기 방지, 동물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 개선에 대한 필요성과 동물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률의 개정은 환영할 만한 변화입니다. 적어도 위와 같은 민법 및 민사집행법 개정안이 반영되어 법률이 개정된다면, 반려동물은 압류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가족으로 여겼던 내 반려가 물건으로서 압류되는 상황은 사전에 방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동물에 대한 법률상의 개념 정의가 모호합니다. 특히 동물의 생명보호나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동물보호법」 상의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동물보호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동물의 범위를 정하고 있으며(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 각 목), 「수의사법」은 ‘소, 말, 돼지, 양, 개, 토끼, 고양이, 조류(鳥類), 꿀벌, 수생동물(水生動物),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수의사법 제2조 제2호)’로 수의사법이 적용되는 대상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행법만으로는 어느 정도까지가 ‘동물’인지에 대한 개념의 범위가 불분명한 상황 속에서 민법상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일은 진보이기는 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여전히 의구심을 들게 하는 규정이 될 것입니다.
‘반려동물’이 아닌 동물에 대한 법률상의 대우는 더욱 모호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민법 및 민사집행법 개정안은 반려동물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그 대상을 동물 일반으로 확장하고 있으나, 그 확장에 대한 설명을 명확히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발전되어, 가족과 같이 대우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회 보편에 가까워지고 있으나, 그 외의 다른 동물들에 대해서는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닙니다. 반려동물은 말 그대로 우리의 반려이기에 압류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법률의 개정으로 실질적인 법 집행에 변화가 생기길 기대합니다. 위와 같은 개정을 시작으로 우리 법제도 상의 동물 일반에 대한 정의나 대우에 대한 더 포괄적인 논의와 변화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른 모든 동물이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서, 우리 사회의 동료로서 받아들여질 때, 법의 개정과 무관하게 비인간 동물의 권리가 보장되고, 사람들의 삶도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글: 이수빈 전 녹색법률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