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핵연료주기 사업자는 관련 시설의 설치 및 운영 등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최초 원자력발전소를 설치하려 할 때만이 아니라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그 시설을 계속해서 운전하기 위해서는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안정성분석보고서, 방사선영향평가보고서 등의 제출에 따른 심사를 마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이른바 ‘수명연장처분’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처럼 원전은 국내 에너지 정책과 큰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된 안전성 문제가 지적될 수밖에 없는 시설이기에 설치, 운영 뿐만 아니라 허가받은 운영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에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지난 2017년에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 처분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제기된 소송에서 법원은 당시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평가에 원자력안전법령이 요구하는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지 않았고, 운영변경허가사항에 대하여 적법한 심의 및 의결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 심의와 의결 과정에 참여하였다고 하여 처분의 취소를 판결한 바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17. 2. 7.선고 2015구합5856
위 규정(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38조 제1항 제4호 및 동법 시행규칙 제21조 제4항 제1호)의 취지는 신규운영허가를 할 때 정해진 설계수명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당초 신규운영허가를 할 당시의 기술기준이 아닌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를 반영한 기술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원전의 안전성을 신규로 건설하는 원전의 안전성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되어 계속운전을 앞두고 있는 원전은 계통·기기·구조물을 전부 교체하지 않는 한 신규로 건설하는 원전보다 더 높은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강화된 기술기준을 적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또한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를 가늠할 수 없는 원자력발전의 특성상 원자력안전법령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한빛원전 제1발전소의 1호기와 2호기는 각각 2025년 12월, 2026년 9월에 운영허가기간이 종료됩니다. 위 판결에 따르면, 적어도 원전의 수명연장처분을 위해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엄격하게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둔 결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 원자력안전법 제103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후 그 시설을 계속하여 운전하기 위하여 변경허가를 받으려는 자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때, 평가서 초안을 공람하게 해야 하고, 관할지역 주민의 요구가 있다면 공청회 등을 개최하여야 합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빛원전 또한 수명연장의 기로에서 의견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명연장에 대해 인근 지역 주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면, 최대한 보수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생명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정책 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그 외의 일반적인 분쟁에 비교했을 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정보격차가 심하거나, 일시적인 피해만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 법원은 환경피해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의 입증책임을 어느 정도 완화해주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원자력과 관련한 지식은 일상적인 지식이라고 보기 어려워 더욱 적극적으로 생명권을 보장할 수 있는 행정적 결정과 사법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근본적으로 에너지 정책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하고, 원자력발전소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이기에, 관련한 규율은 높은 수준의 일관성이 요구되는 사법심사에 그 운영의 여부를 의지하기보다는 변화하는 사회적 상황과 국민들의 요구와 합의를 반영한 법률이 제정, 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화되는 기후위기,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경, 인근 국가의 원전사고 관련 소식 등으로 인해 탈원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규핵발전소 추가건설 금지법,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법 제정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 이수빈 전 녹색법률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