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와 개발사업의 연관관계

강원도가 강원특별자치도로 승격이 되었는데, 개발사업과 어떤 연관관계가 있게 되는 걸까?

 

‘일반법’에 대해 특정의 경우나 사람, 지역 등을 한정하여 적용하는 법령을 그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에 있다고 하고, 이 경우에는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해서 적용됩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또한 강원자치도에 관해서는 다른 법령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법률입니다.

제5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① 이 법은 강원자치도의 조직ㆍ운영, 중앙행정기관의 권한 이양 및 규제완화 등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 강원자치도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지난 6월 시행된 강원특별법에 따라 강원도는 이제 특별자치도의 자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특별자치도를 개별법으로 정하는 명목상의 이유는 자치권의 강화입니다. 지방자치권의 강화는 일견 긍정적인 변화로 보입니다. 특히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률만으로는 지자체의 명칭이 변한 거지 실질적인 변화는 크게 없는 것이 아닌지, 무엇이 달라진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 지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내년 6월부터 시행될 강원특별법 개정안(「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및 미래산업글로벌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전부개정)의 항목들을 들여다보면, 그 차이와 문제점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강원특별법은 개발을 규제하고 있던 제도들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형태로 입법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2024. 6. 8. 시행예정 강원특별법은 제35조에 따라 도지사가 지정한 산림이용진흥지구 내 산지관리법 적용의 특례(제42조)를 둠으로써 산지전용허가기준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게끔 규제 완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거나, 국유림이 아닌 산림에 대해서는 산림보호구역을 도지사가 해제할 수 있게 하는 등 그 기준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보호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산로나 공원설치가 가능하게도 합니다.

제55조는 산지관리법상의 산지관리 권한을 사실상 도지사에게 많은 부분 이양하고 있습니다. 국유림을 제외한 진흥지구 내라면, 보전산지의 변경 및 해제, 산지전용허가 등의 권한을 도지사에게 이양하고, 제56조는 위의 사무를 중앙산지관리위원회가 아닌 지방산지관리위원회가 심의할 수 있게 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산림관리법에 따라 일관되게 관리되어 오던 산지의 개발이 더욱 쉬워진 셈입니다.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특례도 문제적입니다. 환경부의 권한인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이 도지사에게 이양되며, 환경영향평가의 내용을 검토하는 기관 등도 도지사가 지정할 수 있게 됩니다(제64조, 제65조). 환경영향평가는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텐데, 그 권한을 도시자에게 이양하는 것은, 사실상 환경영향평가가 유명무실해지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처럼 특별법은 기존의 산지관리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의 일반법과 충돌하며 체계적으로 작동하던 규제의 불안정을 가져옵니다. 게다가 특별법은 일반법에 비해 규율하는 대상이 상대적으로 좁다는 점에서 그 제정이나 개정이 일반법 개정에 비해 쉬운 편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처럼 관계 부처의 입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개정안이 빠르게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일 겁니다. 실제로 강원특별자치도는 특별법 개정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 확보에 전력을 기울였”다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8년 발목,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시행될 강원특별법은 개발만을 목적으로 하여 오히려 자치권 부여의 의의를 퇴색시키는 법이라고 해도 무방해 보입니다. 자치단체의 자치성 보장은 중요한 의제이긴 하지만, 환경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자치권의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역의 개발이 반드시 그 지역에 이익을 안겨다 주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음에 비해 개발 명목으로 파괴될 환경의 보전과 회복에 대한 책임은 전국민이 분담해야 합니다. 자연을 규제와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고 자연환경의 가치 그 자체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전반적인 입법의 방향성도 문제적입니다. 정말로 ‘지속가능한 발전’은 난개발로 결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글: 이수빈 전 녹색법률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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