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발길이 상대적으로 적게 닿아 다양한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DMZ와 민간인 통제구역, 우리나라는 이곳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요?
비무장지대는 「자연환경보전법」의 규율 대상이 되는 지역입니다. 「자연환경보전법」은 제22조에서 자연유보지역을 관리하기 위해 자연생태의 훼손행위와 유해물질 폐기 등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금하고, 그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중지를 명하거나 원상회복을 명할 수 있다는 등의 기본적인 방침들을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연유보지역”의 정의에 있어서 같은 법은 “관할권이 대한민국에 속하는 날부터 2년간의 비무장지대”로 그 범위를 한정하고 있습니다.
13. “자연유보지역”이라 함은 사람의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생태계의 훼손이 방지되고 있는 지역중 군사목적을 위하여 이용되는 외에는 특별한 용도로 사용되지 아니하는 무인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과 관할권이 대한민국에 속하는 날부터 2년간의 비무장지대를 말한다.
문제는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오롯이 대한민국의 관할권에 속한 지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남북한뿐만 아니라 유엔사의 승인 없이는 독자적인 활동을 펼칠 수 없는 국제법적 한계를 지닌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완전한 종전 이후에 대한민국이 비무장지대의 관할권을 오롯이 갖게 된 이후를 상상해보더라도, 같은 법에 따르면 그로부터 ‘2년’의 기간이 지난 후에는 자연유보지역이 아니게 된다는 점 또한 문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무분별한 개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비무장지대에 대한, 특히 비무장지대 생태환경의 구체적인 관리를 위한 법률은 사실상 공백인 상태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국회에서는 비무장지대의 보전을 위한 입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는 비무장지대를 포함하지 않는 개념인 ‘접경지역’이 아닌 비무장지대를 직접적으로 그 규율의 대상으로 삼은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비무장지대를 둘러싼 국제법상의 한계나, 남북한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입법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나아간 논의로 나아가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민국이 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접경지역에 대한 입법안들 외에 비무장지대를 대상으로 다루는 새로운 법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남북합의서」의 법적 효력이 절하되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입니다. 남북 간의 협의를 통해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관리를 위해 진일보된 안을 마련하더라도,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그 합의서에 대해 헌법이 국내법적 효력을 보장하는 조약 등과 같이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합의된 내용에 배척되는 국내법이 입법되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남북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임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합의문서인바, 이는 한민족공동체 내부의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한 당국간의 합의로서 남북당국의 성의있는 이행을 상호 약속하는 일종의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짐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고(헌재 1997. 1. 16. 92헌바6등, 판례집 9-1, 1, 23), 대법원도 “남북합의서는 ……남북한 당국이 각기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상호간에 그 성의 있는 이행을 약속한 것이기는 하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국가간의 조약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고 판시하여(대법원 1999. 7. 23. 선고 98두14525 판결), 남북합의서가 법률이 아님은 물론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약이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하였다.
헌법재판소 2000. 7. 20.자 98헌바63 결정
이처럼 비무장지대의 실질적인 관리를 위한 핵심적인 법적 쟁점은 비무장지대의 관할권 회복과 유의미한 국내법의 제정 및 개정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법적 효력을 가지는 「정전협정」 등을 통해 비무장지대에 대한 우리나라의 주권이 제한되고 있고,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비무장지대의 생태환경의 보전은 계속해서 법적 공백 하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생태환경의 제도적 보전과 평화가 무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참조
권혁철, 왜 유엔사는 유독 ‘윤석열 군복’을 문제삼았을까, 한겨레, 2021-12-26
김기범, 생태보고 DMZ·민북지역, 산불에 속수무책···골든타임 맞추려면?, 한겨레, 2023-05-21
글: 이수빈 전 녹색법률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