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산양 보호 활동 공유회 – ‘잘, 산양’>이 열렸습니다. 이번 공유회에는 시민, 야생동물 연구자, 활동가가 모여 울진·삼척지역 산양 보호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와 고민을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녹색연합 ‘야생동물탐사단(이하 야탐단)’에 참여해주신 자원활동가분들이 반가운 마음으로 함께 해주셔서 더욱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 활동의 일환으로 12년간 이어져 온 ‘야생동물탐사단’은 녹색연합의 대표적인 시민 참여 프로그램입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2021년을 제외하곤 매년 울진·삼척지역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직접 야생동물의 흔적을 조사하고 기록해왔습니다. 40여일 간 진행 된 2011년 야탐단 1기 활동은 경향신문을 통해 보도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잘 닦인 탐방로가 아닌 낯설고 험한 동물의 길 위에서 난생 처음 본 산양 똥에 열광하고, 직접 설치한 무인센서카메라에 찍힌 동물들의 생생한 모습에 감격했습니다. 공유회에 모인 야탐단원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산에서 먹은 점심이 너무 맛있었어요.”
“자동카메라 영상을 확인하러 급경사를 헐떡이며 올라가 산양이 쉬던 자리에 갔을 때 눈에 들어오는 전경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산양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가파른 산을 네발로 기며 올라갔지만 그 날 산양은 못보고 한 곳에 더미를 이룬 산양 배설물을 보고 환성을 지르던 기억이 여전히 새롭네요.”
“4시간 반 동안 등산했는데 이전에 설치해뒀던 카메라가 없어져서 허탈했던 기억이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하는 야생 산양을 조사가는 길에 두 번이나 눈 앞에서 보아서 너무 좋았어요.”
“녹색연합에서의 첫 야생동물 조사였는데 네 발로 기어 올라간 산 위에서 산양 똥을 처음 발견하고 함께한 활동가들과 즐거워하던 순간이 떠올라요. 살면서 똥보고 그렇게 즐거웠던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야생동물탐사단 활동을 해보지 않고 지금 스파이처럼 앉아있었는데요. 제가 속한 연구실 친구들이 거의 다 야탐단 활동을 했더라구요. 그래서 올해는 꼭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 활동이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똥 말씀하셔서 저도 똥이긴 한데 그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우리가 촬영된 영상들을 보잖아요. 그 영상 중에 정확하게 제가 동물이 뭐 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동물의 애정신이 나오네요. 담비였나요. 너무 행복해보여서 계속 저렇게 지낼 수 있도록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나요. 그리고 둘째 날 지구걷기를 하며 모든 감각으로 지구의 시간을 생각해보는 활동을 했던 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저는 아까 담비 뽀뽀 얘기해주셨는데 저희와 같이 가셨던 분들 중에 초등학생분이 계셨어요.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과 산에 가는 게 너무 싫었거든요. 그 분도 그 날 너무너무 힘들어하시고 울고불고 하셔서 저분도 나처럼 10년 동안 산에 안 가겠다 생각했는데 완주를 하고 돌아와서 담비 뽀뽀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너무 즐거워 하고 담비와 사랑에 빠지는 거에요. 저 분은 다시 산에 오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순간들이 삶에서 중요한 지점들을 만든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소중하게 느꼈어요.”
또 2022년 11월 개소한 울진 산양공존센터 소식을 전하며, 보호의 사각지대였던 울진 지역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보호할 수 있게 된 첫 걸음을 함께 축하했습니다.
<산양 보호 활동 공유회 ‘잘, 산양’>에 함께한 ‘야생동물탐사단’ 자원활동가와 예술가, 연구자, 활동가는 산양공존센터가 제대로 된 보호시설의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았습니다. 녹색연합은 올해에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 활동과 시민들과 함께하는 야생동물 탐사단 활동을 이어가며 산양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야생동물을 향한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 부탁드려요!
정리 김원호 자연생태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