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여는 글]   K씨를 처음 만난 건 작년 1월의 복판이었습니다. 거칠고 매서운 바람이 일상이던 광장에서 다른 수많은 사람처럼 우린 실패로 끝난 야만의 밤에 안도하며 일상의 안녕을 염원했습니다. 하지만 안도는 오래 머물지 않았고, 좀처럼 가시지 않았던 분노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우리는 혼란을 부추기는 주인 없는 말들과 씨름하고, 공포와 사리를 분별하기 위해 분투해야 했습니다. 그때 광장을 건너던 몸들은 아슬아슬하게 이전보다 더 무거운 겨울을 끌고 다녔습니다....

복원하는 곰, 사육하는 곰

[서식지 보전 및 생명권 보장]   이 땅에는 두 종류의 곰이 살아갑니다. 철창에서 사육되는 곰과 지리산에서 키워지는 곰입니다. 철창과 지리산이라니, 언뜻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 인간의 간섭 속에 살아가며 그어놓은 경계까지가 그들 세상의 전부입니다. 2026년, 드디어 곰의 사육과 소유, 증식과 웅담 채취가 전면 금지되는 해입니다.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2025년 한 해 동안 후원자들의 힘으로 동치미, 태근이, 청심이, 만복이,...

더불어 살아가는 야생 이해하기, ‘동물권 너머, 자연의 권리’

[서식지 보전 및 생명권 보장]   자연,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다수의 시민이 무리 없이 동의합니다. 하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합니다. 어떤 동물은 보호의 대상이 되고, 어떤 동물은 관리나 제거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그 사실 자체로 불편함을 남깁니다. <동물권 너머, 자연의 권리> 시리즈는 바로 그 불편함에서 출발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하려는 이론적 흐름을...

비인간 존재의 법적 권리를 논의하며, 2025 그린컨퍼런스

[서식지 보전 및 생명권 보장] “자연도 살아있는 주체로서 법적 권리를 인정받고, 지구공동체에서 우리와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녹색연합은 지난 3년 동안 ‘자연의 권리’를 주제로 시민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2025 그린컨퍼런스 <Rights of Nature : 자연을 지키는 틀을 바꾸다>에서는 미국, 아일랜드, 에콰도르, 한국 등 세계 각국의 다섯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자연의 권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상상해야 하는지 256명의 시민과 함께...

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

[서식지 보전 및 생명권 보장] 2024년부터 시작한 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이하 ‘구생없’) 프로젝트는 동물원-야생동물 해방 시민참여 프로젝트입니다. 대전의 공영 동물원 오월드의 전시·사육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전문가 현장 교육 등을 진행하며, 야생동물이 구경거리나 인간의 돈벌이 수단이 아닌, 생명의 존엄을 지키며 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합니다. 구생없 멤버들은 각자 한 종을 맡아 매월 한 번, 해당 동물의 방사장 앞에 가만히 앉아 그들의 행동과 관람객의 태도를...

섬진강 두껍아 새집 줄게!

[서식지 보전 및 생명권 보장]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은 이름 그대로 ‘두꺼비 섬(蟾)’ 자를 사용해 불리는 강입니다. 예로부터 두꺼비가 많이 살던 강이라는 뜻을 지닌 섬진강은, 두꺼비와 깊은 생태적 연관성을 지닌 공간입니다. 전남녹색연합은 섬진강 유역 두꺼비 산란지의 변화와 감소 실태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왔습니다. 2019년 섬진강 인근과 광양 지역의 소류지 및 저수지 51곳을 조사한 결과, 13곳에서 두꺼비 산란이 확인되었으나 2022년 조사에서는 9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