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에서 금강소나무까지

한반도의 생태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생물다양성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의 정점 지리산 천왕봉 일대에 서식하는 구상나무가 집단고사하고 있습니다. 한라산의 구상나무도 같은 운명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구상나무는 한국특산종입니다.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 남부지방의 높은 산지인 아고산대에 서식합니다. 지리산과 한라산 아고산대의 깃대종이지만, 기후위기로 멸종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구상나무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Redrist(국제멸종위기목록)에도 위기종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구상나무는 한반도에서 기후위기로 사라지는 첫 번째 생물 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녹색연합은 구상나무가 죽어가는 현장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지리산에서는 천왕봉, 중봉, 하봉 그리고 반야봉 등에서 집단고사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라산은 백록담을 중심으로 북쪽의 관음사 코스와 동쪽의 성판악 코스 등에서 집단고사가 나타납니다. 지리산 정상과 한라산 정상은 구상나무의 거대한 무덤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은 구상나무가 멸종의 위기에 처한 현장을 살피고 있습니다. 2022년에도 1월부터 12월까지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의 아고산대에서 죽어가는 침엽수를 관찰하며 기록하고 있습니다. 활동가뿐만 아니라 자원활동가 그리고 시민들까지 동참하여 지리산과 한라산을 오르면서 구상나무의 집단 죽음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구상나무의 죽음은 생물다양성 위기입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 위기의 생생한 증거이자 현장입니다. 앞으로 닥쳐올 기후위기의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첫걸음은 기록하고 데이터를 모아가는 것입니다. 지금 나타나는 상황과 모습을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하여 깊이 교훈을 새기는 것이 첫 번째 준비입니다. 한국 사회가 코로나 19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나마 메르스와 사스의 대응과 경험과 교훈이 되었던 것처럼, 지금 구상나무가 죽어가는 현장을 살피는 것은 앞으로 닥쳐올 생물다양성 위기를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대비책이 될 것입니다.

기후위기 적응의 핵심의제는 생물다양성과 재해재난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구상나무의 멸종위기는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 위기를 대비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구상나무의 집단고사는 계속해서 나타날 침엽수 죽음의 전주곡입니다.

이미 지리산의 천왕봉과 반야봉에서는 구상나무에 이어 가문비나무의 집단고사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등에서 분비나무의 집단고사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분비나무는 구상나무와 같은 전나무류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더해 주목, 잣나무, 전나무 등의 기후 스트레스도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백두대간에서 기후위기로 죽어가는 침엽수는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전나무, 잣나무, 주목, 금강소나무, 눈잣나무, 눈측백나무 등입니다. 무서운 것은 금강소나무의 고사입니다.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등보다는 낮은 고도에 서식하는 금강소나무도 기후 스트레스로 인해서 죽어가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구상나무부터 금강소나무까지 한반도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에서 죽어가는 현실을 가슴 아파하면서 현장에서 생생한 생물다양성 위기의 현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첫 번째 실천이 기후위기의 현실을 자각하고 상황을 기록하여 알리는 일입니다. 이런 활동의 앞머리 혹은 뒷머리 어디든 가리지 않고 녹색연합은 항상 현장을 살피면서 현실을 기록할 것입니다.

“본부 녹색연합의 서재철 활동가, 현장에서 전합니다.”

 

글 : 서재철 자연생태팀 전문위원

 

‘현장에서’는 녹색연합의 활동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전국의 환경 분쟁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들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