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의 문섬. 이곳은 대한민국 해양생태계의 보물과 같은 곳입니다. 태평양을 맞이하는 최전선으로 온대와 아열대가 뒤섞여 만들어내는 바닷속은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고래상어와 푸른바다거북, 남방큰돌고래가 출현하고,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연산호 꽃동산’이 펼쳐집니다. 문섬과 서귀포 앞바다는 그 자체로 천연기념물입니다. 그런데 혹시, 서귀포 잠수함을 타 보셨나요? 아름다운 제주 바다 비경(秘景)을 엿볼 수 있는 생태관광이라 홍보하는데요. 과연, 바닷속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서귀포항에서 출발한 관광 잠수정이 천연보호구역 문섬으로 접근합니다. 1988년부터 허가받아 문섬 주변 수중구간 동서 150m, 수심 35m까지 운항합니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산호로부터 시작된 거대한 해양 생명이 관광객을 압도합니다. 바닷속 35m에는 오래전 수장된 난파선도 있고 그 옆에선 스쿠버다이버가 물고기를 먹이로 유인합니다.
‘쿵, 쿵’
관광 잠수정이 수중 암반에 접근해 부딪힙니다. 암벽이 부서지고 산호가 부러져 떨어집니다. 조금 더 가까이, 수중 생명을 보고 싶어 하는 욕심 때문입니다.
서귀포 문섬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제421호입니다. 바닷속에는 문화재청, 해양수산부, 환경부가 지정한 법정보호종 산호인 해송, 긴가지해송, 자색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측맵시산호, 둔한진총산호, 흰수지맨드라미가 확인됩니다. 국내외 산호 전문가들은 이곳 바다를 ‘산호 정원(coral garden)’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그런데, 그 바다와 그 멸종위기종의 생사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습니다. 생태관광, 지역경제 활성화의 명분으로 벌어지는 공식적인 ‘에코사이드(ecocide)’. 인간 이외 생명의 위태로운 목숨을 구하기 위해 관광 잠수정을 잠시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녹색연합 윤상훈, 천연보호구역 문섬에서 전합니다.”
글 : 윤상훈 녹색연합 해양생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