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마지막 갯벌에 내려진 사형선고

환경부는 국토부가 제출한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지난 2월 28일 ‘조건부 동의’라는 최종 협의의견을 통보하였습니다. 새만금신공항 계획 부지인 수라갯벌은 3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갯벌 대부분이 매립되고 남아있는 마지막 갯벌입니다. 수라갯벌과 인근지역은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흰발농게, 금개구리 등 40종 이상의 법정보호종들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핵심 기착지로서 철새도래지이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서천갯벌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하나의 생태권역입니다.

전북녹색연합은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을 출범했습니다. 담당 부처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을 만나 새만금신공항 사업의 문제점들과 부동의 근거 자료들을 전달하며 부동의를 호소하고, 수많은 기자회견과 더불어 서명운동·환경부 부동의 촉구 엽서행동·수라갯벌 탐방 및 조사를 진행하고 지난해 가을부터는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환경부의 부동의를 촉구하기 위해 천막농성, 집회 등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동의가 명백한 새만금신공항 사업에 대해 환경부가 끝내 동의를 해준것입니다.

새만금신공항 환경부 부동의 촉구 전국 집회

새만금신공항 사업의 주체인 국토부와 사업을 요구해온 송하진 전라북도지사는 새만금신공항이 미군으로부터 독립된 민간국제공항으로서 동북아 물류 거점·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가 되어 전북발전을 견인할 것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새만금신공항 사업은 턱없이 낮은 경제성, 수요부족, 국제공항으로 보기 민망할 정도로 작은 시설규모, 미군의 관제권 등으로 인해 애초에 전북 경제발전을 견인할 독립된 민간공항으로서의 역할도, 규모도, 실효성도 전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은 기만일 뿐 실상은 미공군 제2활주로 사업이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전쟁공항 확장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새만금 마지막 갯벌에 기대어 사는 소중한 생명을 죽이고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의 생태계 훼손을 초래하며 항공기-조류 충돌사고의 치명적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소중한 생명들을 부양하는 갯벌과 습지를 파괴하면서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뿐입니다.

새만금신공항 사업의 환경적·입지적 문제를 충분히 인지한 환경부는 사업 주체인 국토부에 평가서의 보완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국토부는 어림잡아 1만 마리가 서식할 것으로 추정되는 흰발농게가 고작 1개체밖에 발견되지 않았고, 서천갯벌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거나 없을 것이고, 철새도래지는 항공기-조류충돌 위험관리기준에 속하는 조류보호구역이 아니라는 등의 평가서를 제출하며 가장 기초적인 조사와 영향평가도, 제대로 된 보완도 하지 않았습니다. 환경부는 국토부의 졸속 평가서를 받고서, 대선 일주일 전 ‘일단 동의할 테니 보완은 나중에 하라’는 어이없는 협의 의견을 공개했습니다. 환경부의 정치적 결정 뒤에는 선거를 앞두고 지역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새만금신공항 사업을 선심성 공약으로 내세운 정치인들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전북도지사와 지역정치인, 20대 대선후보가 그들입니다.

새만금신공항 계획 부지인 수라갯벌. 향후 새만금 해수 유통이 확대되면 더 넓은 범위가 갯벌로 복원될 지역이다.

현재 환경부가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협의의견을 통보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환경부는 아직 평가서를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국토부가 왜 비공개 요청을 했는지에 대한 사유도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전북녹색연합은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수라갯벌과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친구들과 함께 천막농성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잘못된 협의의견 결정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또한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 구성 요구와 법적 대응 등을 통해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를 취소시키고, 새만금 마지막 갯벌을 반드시 지켜낼 것입니다. 전북녹색연합은 새만금 마지막 생명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라갯벌은 살아있습니다.

“전북녹색연합 김지은, 새만금 마지막 갯벌에서 전합니다.”

글 :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현장에서’는 녹색연합 지역조직의 활동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전국의 환경 분쟁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들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