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와 2003년 8월 22일
8월 22일은 에너지의 날이다. 2004년 에너지의 날을 제정하면서 당시까지 역사상 최대 전력수요량을 기록한 2003년 8월 22일을 기억하자는 의미였다. 2003년 8월 22일 그 날의 전력수요량은 45.98GW. 그럼 18년이 지난 2021년의 8월의 전력수요량은 어느 정도일까?
2003년 8월 22일을 기억하며 에너지의 날을 만든 이유가 무색하게 일일 최대전력수요는
2004년 바로 50GW가 넘었고
2007년 62GW,
2011년 71GW,
2014년 80GW로 3~4년마다 앞자리를 바꾸며 기록을 갱신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더웠던 걸로 기억하는 해인 2018년의 최대전력수요는 92.4GW였는데 2021년 7월엔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7월에 이미 91.5GW가 되었다. 2003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최대전력수요는 증가했다. 늘어난 전력수요만큼 에너지설비, 즉 발전소도 늘어났다.
전력공급이 전력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블랙아웃, 바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다. 그래서 전력예비율을 늘리기 위해 발전소를 더 짓고, 가동해야 한다는 논리로 쉽게 이어진다. 여름마다 핵발전소를 더 짓고, 핵발전소를 더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대전력수요를 확인하며 해야 할 일은 발전소를 더 짓자가 아니라 수요를 어떻게 낮추고, 어떻게 관리할까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최대전력수요 시간대가 오후 3시대에서 오후 5시로 이동했는데 이는 전력통계에 잡히지 않던 소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의 기여라는 보도가 나왔다. 최대전력수요관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보여주는 사례다.
핵발전도 석탄발전도 선택지가 될 수 없는 시대에 수요를 관리하며 낮추지 않고 공급을 늘리려는 것만으로 에너지 문제를 바라본다면, 정말 지구도 우리도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시간여행>은
과거로 거슬러가 언젠가 벌어졌던 환경문제를 다시 살펴봅니다. 어떤 문제는 해결되었고, 어떤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함께 차근차근 살펴나가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