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을 위한 해피엔딩, 조금 더 가까워진 시간

[시민의 힘]

청주동물원의 반이, 달이, 들이를 위해 행동풍부화 간식을 만드는 참가자들

철창 속에서 또 한 번의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유난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여름은 유난히 더웠고, 뜨거운 날씨만큼 철창 속 곰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뜬장에서 개 사료와 음식물쓰레기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육곰들의 현실은 여전히 아프지만, 올해는 그들에게 작은 변화가 시작된 해이기도 했습니다.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려는 길은 어쩌면 느리고 더디게 보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곁에서 함께 해준 시민들의 연대 덕분에 녹색연합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길을 걸어올 수 있었고, 2024년 우리는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곰 이삿짐 센터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건립 중인 전남 구례와 충남 서천의 곰 보호소로 철창 속 곰들을 모두 이사시키고, 그들에게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선물하기 위한 모금 캠페인입니다. 보호소가 완공되면 곰들은 시멘트 바닥과 철창 대신 흙과 풀 위를 뛰놀며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린콘서트 <곰나와라 활짝>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 이랑

이 프로젝트를 알리기 위해 12월에는 가수 이랑과 함께 특별한 콘서트, <곰 나와라 활짝, 너의 이사를 응원해>를 열었습니다. 이랑은 직접 사육곰 농장을 방문한 뒤 곰들의 현실을 담아 <곰곰곰 나가자 문문문 열고>라는 곡을 창작해 공연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노래는 곰이 철창을 벗어나 보호소로 이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청주동물원의 김정호 수의사와 사육곰 담당 박은정 활동가가 함께한 토크에서는 사육곰의 현실과 앞으로의 희망을 나누었습니다. 공연장을 찾은 모든 이들의 마음이 곰들의 자유를 향해 하나로 이어진 뜻깊은 밤이었습니다.

11월에는 녹색연합이 청주동물원을 찾아 2018년과 2019년에 구조된 반달가슴곰 반이, 달이, 들이를 만났습니다. 매년 이어져 온 이 프로그램은 구조된 곰들의 삶을 돌아보며 시민들과 함께 사육곰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참가자들은 곰의 안부를 확인하고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그들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지금까지 녹색연합이 만들어낸 변화는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곰들이 흙과 풀을 밟으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까지, 녹색연합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남은 곰들을 끝까지 구해내어 원래 있어야 할 야생으로 돌려보낼 때까지, 여러분의 힘이 꼭 필요합니다.

본부 이음팀 신지선 활동가

◊ 활동가 한마디

여름은 더욱 더워지고, 겨울은 더욱 추워집니다. 곰들은 너무 오래 자유를 기다려왔습니다. 지체할 여유가 없습니다. 끝까지 곰의 자유를 위해 활동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