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지키기 위한 최초의 국제협력이 만들어지다.
2월2일은 세계 습지의 날입니다.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도시 람사에서 채택된 ‘물새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람사협약)을 기념해 만들어진 날입니다.
람사협약은 세계가 생태계 보호를 목적으로 만든 최초의 협약입니다.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세계가 전쟁 후유증과 이념적인 대립으로 꽁꽁 얼어붙어 있던 시절, 국경을 넘나들며 하늘을 날고 뭍에 내려와 쉬고 먹이 활동을 해야 하는 새들의 안녕을 위해 힘을 모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물새를 관찰하고 연구해왔던 각 나라의 정부부처, 전문가, 시민단체들은 1960년부터 함께 논의를 거쳐 물새 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습지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걸 확인하고, 1971년 2월 2일 이란 람사에서 18개 나라가 모여 국제협약을 체결합니다.
2022년 현재 172개국이 람사협약에 가입하였고 전 세계 2,435곳 습지가 람사습지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물새서식지로서 중요성이 강조되었던 초기와 달리 이제는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로서 중요성이 확인되었고 습지를 보호하면서도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3월 101번째로 람사협약에 가입하였고 인제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 순천만 하구, 한강 밤섬, 장항 습지, 무안 갯벌, 대부도 갯벌 등 24곳이 람사습지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2008년 세계람사협약 당사국 총회가 경남 창녕에서 개최되기도 하였습니다.
습지의 중요성이 알려지기 이전까지 습지는 버려진 곳, 메워서 땅으로 만들어야 할 곳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오랫동안 간척사업이나 하구둑 건설사업을 국책 사업으로 벌여왔고 그 결과 우리나라 갯벌은 지난 40여 년간 5,000㎢에서 2,500㎢로 절반 가까이 간척사업과 매립으로 사라졌습니다. 인간을 비롯한 많은 생물들이 먹거리를 얻는 서식처이자 땅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콩팥 같은 습지는 기후 위기를 겪는 오늘날 더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습지가 바다와 숲처럼 온실가스를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갯벌이 약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해마다 26만톤, 승용차 11만대가 내뿜는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서울대 김종성 연구팀). 간척지를 복원해 갯벌로 되돌려야 할 때입니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