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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벽과 새충돌
환경Quiz
환경OX : 방음벽과 새충돌 퀴즈
Q1. 가장 빠른 새는 자동차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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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0
자동차만큼이나 빨리 나는 새!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새의 비행 속도는 보통 36~72km/h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새인 송골매의 비행 속도는 최고 390km/h에 달한다고 하고요. 이렇게나 빠른 속도로 날던 새 앞에 투명한 유리가 나타나면 새는 그것을 구조물이 아닌 개방된 공간으로 인식하여 그대로 날아듭니다. 사람도 걷다 보면 종종 깨끗이 닦인 유리문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는데요. 유리의 투명한 특성을 경험으로 학습하는 사람과 달리 새는 '유리'를 알지 못합니다.
또한 새의 골격은 효과적으로 비행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됐습니다. 즉 매우 가볍다는 말인데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작은 새의 두개골은 알 정도로 강도가 약합니다. 그래서 한 번 부딪히면 두개골이 바스러져 즉사하거나 크게 다치게 됩니다. 그리고 새의 눈은 옆이나 뒤에서 쫓아오는 천적을 인식하기 위해 머리 양옆에 있습니다. 매우 예리한 측면 시야에 비해 전방 인지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충돌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죠.
빠른 비행 속도, 가볍고 약한 두개골, 낮은 전방 인식 능력. 이러한 새의 특성에 투명한 유리를 더하면? 무려 1년에 800만 마리, 하루에 2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가는 이유입니다.
Q2. 유리 방음벽에 맹금류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 새 충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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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X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리벽에 붙이는 맹금류 스티커가 새 충돌 저감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아직도 고속도로나 아파트 단지 등 유리 방음벽에 붙어있는 맹금류 스티커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죠. 그런데 새는 유리창 전체 면적 중 '맹금류 스티커의 면적만큼만'을 공간으로 인식합니다. 맹금류 스티커를 뺀 나머지 유리창 어디에라도 부딪힐 수 있는 것이죠. (맹금류 스티커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에게 '이 곳에 새들이 부딪혀 죽어가고 있어요!'라고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새들에겐 가닿을 수 없는 메시지죠.)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새가 유리를 구조물로 인식할 수 있을까요?
새들이 유리를 통과해서 날아가려고 시도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스위스 등에서는 오랫동안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한 방안을 연구해 왔고, 그 결과 전 세계에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5X10 규칙'을 만들어 냈습니다. 새가 공간으로 인지하여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 최소한의 규모가 '높이 5cm, 폭 10cm'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 간격으로 유리 위에 점을 찍거나, 스티커를 붙이거나, 줄을 거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서 패턴을 만들어 놓으면 새 충돌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Q3. 유리방음벽에 조류 충돌 저감 스티커를 부착하는 일은 새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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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X
이미 지어진 유리 건물이나 도로 방음벽에는 충돌 저감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후 약방문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기껏 공을 들여 유리 건물을 지어놓고 그 위에 또 다시 많은 돈과 시간, 인력을 낭비하게 되는 셈이니까요.
새 충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축물 설계 단계에서부터 새 충돌 예방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대책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에는 아직 이를 강제하는 법률이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4월 환경부가 관련 고시 개정을 통해 "방음 시설을 설계할 때 조류 충돌 방지 기능이 있는 문양의 방음판을 사용하도록"한 것인데요. 녹색연합이 새 충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캠페인을 이끌어 온 지 2년 만에 일어난 변화입니다. 이번 고시 개정이 디딤돌이 되어 지자체의 조례 제정, 나아가 건축물 관련 법률 개정까지 이뤄지도록 녹색연합은 열심히 활동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새 충돌 사례를 조사하고 기록하여 데이터를 함께 쌓아나가는 일 (전국에서 모인 데이터는 법 개정에 유용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충돌 사례를 지자체에 알리고 민원을 넣어 행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에 관심 갖도록 하는 일 등등... 녹색연합이 다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직접 참여가 어려우시다면 녹색연합의 새 충돌 문제 해결 활동에 후원해주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새들이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이제는 그들에게 하늘길을 온전히 내어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