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위해 달리는 Sea to Summit

설악산을 달린 염주호 씨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상황을 시끌시끌하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 그때 SNS에서 녹색연합 계정을 계속 태그하면서 설악산 이슈를 알리던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염주호 씨. 곧 직접 행동을 하고 싶은데 몸자보를 빌리고 싶다는 요청으로 연락이 시작되었고, 이 소식을 들은 활동가는 행동을 응원하게 되었다. 그가 어떻게 의지를 가지게 되었는지도 궁금했고, 더 많은 시민분들이 직접행동을 상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Q: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에 트레일 러닝을 하셨어요. 많이 궁금했는데요,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예, 맞아요!
저는 트레일 러닝 (국내에는 산악 마라톤으로 알려져 있다)이라는 산을 달리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속초 바다에서부터 대청봉까지 Sea to Summit을 하고 왔어요. Sea to Summit은 바다에서부터 정상까지 달리는 트레일 러닝 문화 중 하나에요. 혼자서 다녀온 건 아니고 마음 맞는 7명의 친구들과 함께 다녀왔어요.

Q: 모두가 갓생을 사는 시대, 몸도 마음도 바쁜데, 일상 너머 사회적 목소리와 실천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은데요, 환경영향평가 전후로 특히 많은 온라인 행동에 연대하고 직접 나서주셨어요.

녹색연합을 통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진행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많은 분들께서 눈이 흩날리는 날씨에도 양양 한계령에서부터 인제와 횡성을 거쳐, 원주 지방 환경청까지 7박 8일간 걷는 모습을 봤어요. 울컥했죠. 저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년 설악산을 방문하고 있는데, 설악산이 주는 멋진 풍경과 에너지를 지키는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만 맡길 순 없었죠. 미약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어요.
곧바로 이번 오색 케이블카 설치 반대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Q: 사계절 사색 아름다운 설악산, 그러나 눈꽃이 멋진 겨울 설악산을 투지의 마음으로 달린 기분은 또 다르게 생생하실 것 같아요.

매년 설악산에서 Sea to Summit 트레일 러닝을 하고 있는데, 총 거리 34km, 누적 고도 2,800m, 예상시간 11시간의 코스로 쉽지 않은 코스에요. 보통은 봄과 가을에 달리는데, 겨울에 달린 건 처음이었어요. 사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도전하기는 너무 힘든 코스거든요. 눈이 많이 내려, 미끄럽기도 하고, 추운 날씨와 바람으로 인해, 체온조절도 쉽지 않거든요. 지금까지 이 코스를 몇 번 달렸지만 이번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겨울은 겨울만의 풍경이 있더라고요. 오솔길에 내린 눈은 우리보다 먼저 간 동물들의 발자국을 담고 있어, 어두운 밤길도 외롭지 않았어요. 또 눈 속에 파묻혔지만, 향기를 간직한 꽃들과 아직 봄을 기다리고 있는 꽃봉오리들도 만날 수 있었고요.

Q: 대한민국에 산, 그리고 등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케이블카에 반대한다면 정말 좋을텐테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코로나로 인해 등산객분들이 많이 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많은 분들께서 산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고 가셨길 바라요.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주변에 가족, 친구, 애인분들과 함께 오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꼭 정상을 향해 오르지 않더라도, 자연 속에서 마주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트레일 러닝을 하면서 자연에서 뛰어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Save the (@savethe_official)라는 환경단체도 운영 중이고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자연에서 즐거운 시간을 쌓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Q: 녹색연합 가족회원이 되어주셨어요. 백두대간 보호활동,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활동을 하는 녹색연합에 하고 싶은 말이나 제안이 있으신가요?

우선 감사하는 말씀을 전달하고 싶어요. 이렇게 일반인을 대신해서 환경을 위해 많은 애를 써 주셨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은 환경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아직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녹색연합의 각종 채널을 통해 몰랐던 부분을 공부하고, 배우고, 실천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좋은 정보 공유 부탁드려요. 그리고, 환경 관련 수업이나 포럼 같은 행사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저 같은 일반인도 공부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요.

인터뷰/사진. 염주호 @yumjooho
기획. 김진아


‘그린 파트너스’에서는 녹색연합의 가치에 동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분들을 인터뷰하여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