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캣님, 후원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

‘그린 파트너스’를 소개합니다. 녹색연합의 가치에 동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분들을 찾아가 인터뷰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마리캣 박은경 님과의 대화를 담았습니다. 전시가 끝나면 녹색연합의 조류충돌 방지 활동과 사육곰 활동에 후원하신다는 마리캣 박은경 님이 후원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요? 지금 만나보세요! (인터뷰는 코로나 상황에 따라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관령 산속에 사는 화가 마리캣입니다.

*설명 : 제 자화상 A little thing 이예요.

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양이를 주로 그려왔어요. 그때는 우리나라에 고양이 팬시 시장이 거의 형성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고양이 다이어리로 시장을 활성화한 1세대 작가군에 속해요.

주로 예쁘장한 팬시용 일러스트를 그리다가, 좀 더 야성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2010년에 대관령 산속으로 이주한 후, 야생의 느낌이 강한 고양이나 새 그림을 주로 그리고 있어요. 장르도 일러스트에서 전시용 회화로 바꿨습니다.

이곳에서 10년이 넘게 보아온 야생동물들의 모습은, 겨울숲에 타오르는 새파란 불꽃들 같아요. 야생은 잔혹한 곳이고 죽음은 순식간에 찾아와요. 그런 곳에서 야생동물들은 아무리 작은 것들도 용맹하게 스스로의 삶을 위해 투쟁해요. 온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거의 신성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들의 삶과 죽음과 고통과 투지,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지금 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청엠아트컴퍼니(북촌로5길 66)에서 10/21까지 열리고요, <흰숲>이란 주제로 대관령의 겨울 동물들을 신적인 모습으로 표현했어요.

 

Q : 2019년 4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후원해주고 계십니다. 녹색연합 활동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되셨고, 후원까지 결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려서부터 여러 동물보호운동에 소액이라도 기부해 왔었는데요, 대관령으로 이사오면서부터는 좀 더 야생동물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처음 본 건 녹색연합의 산양서식지 보호 관련 캠페인이었던 것 같아요 .

*설명 : 당시에 산양을 좋아하던 때라서 이렇게 그림도 그리던 때였거든요.

그 후 버스정류장 광고판에서 사육곰 문제를 처음 접했고요. 우리나라에도 야생동물 문제에 디테일하게 접근하는 단체가 있구나 싶어서 반가웠어요. 아무래도 재정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어려운 거대 단체들 보다는 새충돌, 사육곰, 산양보호 등 의제가 명확히 설정된 녹색연합에 기부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으로 쓰이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새충돌 문제는, 제가 새를 너무 좋아해서 늘 관심은 있었는데. 좀 더 책임감을 갖고 기부해야겠다고 결심해서 스스로 수익에서 기부액 퍼센티지를 정해두고 잊지 않으려 신경쓰고 있어요.

사실 기후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벌레가 엄청나게 늘어날 걸로 예상되거든요. 이걸 다 살충제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유에서라도 새를 보호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생각해요.

Q : 요즘 녹색연합의 화두는 ‘변화’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 일상의 풍경이 참 많이 변했습니다. 박은경 님에게 ‘변화’란 무엇일까요?

기후 변화 문제는 언젠가는 (혹은 이미) 인간이 손쓸 수 있는 선을 넘어갈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비관적입니다.

제가 산속으로 이사온 이유 중 하나가, 도시에서는 바른말 고운말 천마디를 한다 해도 한그루의 나무도 심을 수 없어요. 여기서는 상처받은 땅에 나무를 심을 수 있어요.

변화는 돌이킬 수 없고 가혹할 거예요. 그럼 이제는 앉아서 절망하느니 저항력이 강한 수종으로 나무를 심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컨대 가래나무는 수형이 엉망으로 뻗어 그다지 예쁘지는 않지만, 뿌리가 굉장히 강하고 넓게 퍼지고 몸통에 수분을 아주 많이 흡수해요.잎이 넓어 탄소흡수량과 산소발생량도 많을 것 같고, 대기와 토양에 과잉된 수분을 저장하기 좋은 수종같아요.

그렇게 변화되는 환경에 맞는 식물군을 열심히 돌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뭐라도 계속해서 하고 있어요. 어쨌든 이렇게까지 엉망이 된 지구생물권을 떠받치고 가는 건 식물들이잖아요.

 

Q: 그렇다면 녹색연합이 집중해야 할 ‘변화’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다른 무엇보다도 재정을 투명히 해주세요.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시겠지만, 내가 낸 기부금이 동물들을 위해 정확히 어떻게 쓰여졌는가를 잘 알 수 있으면 의욕이 더욱 커질 거예요.

사실 제가 의제가 디테일하게 설정된 녹색연합을 찾게 된 이유가 정의연 사태 이후 모든 거대 단체들에 대한 불신으로 후원을 전부 끊었기 때문이거든요. 

Q : 녹색연합에, 또는 이 글을 볼 녹색연합의 다른 후원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생활속에서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답니다. 제가 온라인 이웃들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아이스팩/스티로폼박스 재사용 활동을 3년째 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셔서 나름 많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어요.

최근엔 일정량이 모아지면 ?마켓에 무료나눔을 올려서 필요한 분들이 가져가시기도 해요. 계속 아이디어를 짜내보면 온라인 플랫폼이나 개인들의 소규모 네트워크를 통해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 ?마켓 많이 활용해보세요.


정리 : 배선영 녹색연합 활동가

 

‘그린 파트너스’에서는 녹색연합의 가치에 동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분들을 찾아가 인터뷰합니다. 후원 문의 fund@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