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은 결국 없어져야 해요. 

‘동물을 전시하기 위해’ 존재하던 동물원을 넘어, 다치고 갈 곳 없는 ‘동물을 보호하는’ 동물원을 만들어가는 김정호 수의사.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국내 1호 거점동물원인 청주동물원을 책임지며 종국에는 동물원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와 녹색연합의 인연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해 주세요. 최근에 유퀴즈에 나오셔서 이미 많은 분이 아실 지도 모르겠어요 🙂

청주동물원에서 20년 넘게 동물원 동물을 보살피고 있는 수의사 김정호입니다. 반갑습니다.

녹색연합과의 인연도 꽤 깊으신데요, 함께 국내 최초로 사육곰 반이, 달이, 곰이를 구출했었죠. 구출 당시 생생한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곰들을 구출했던 날은 2018년 12월 매우 추운 날이었어요. 마취하고 곰을 밖으로 꺼내야 하는데, 문이 너무 작았어요. 들어갈 때 한번 열었을까 싶더라고요. 통로가 너무 작아서 들것이나 캐리어 같은 걸로는 운반이 불가능하더라고요. 한 사람 한 사람이 곰처럼 네발로 기어들어 가서 큰 천에다가 반이, 달이를 한 마리씩 올려놓고 사람들이 곰을 들어서 꺼냈죠. 대략적인 건강검진을 했는데, 시멘트 바닥에 있다 보니 발바닥이 갈라져서 상태가 안 좋더라고요. 상자에 넣고 트럭이 달리는 중간에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더라도 대응을 못 하므로 마취에서 깰 때까지 오래 기다렸어요. 마취에서 깨고 청주동물원까지 트럭을 타고 천천히 이동했어요. 청주동물원에 도착하니까 방송국 카메라가 있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하고 있구나! 느꼈죠.

구출한 사육곰을 다른 곳도 아닌 청주동물원으로 데려가기로 결정한 이유는요?

녹색연합의 대대적인 모금을 통해서 곰 세 마리를 구출할 비용이 모였죠. 그런데 곰이 살 곳이 당시에는 마땅치 않았어요. 환경부에서 전국 동물원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을 소집해 구출한 곰을 데려갈 동물원이 있는지 물었죠. 그때 우리 청주동물원에서 데려오겠다고 말했어요. 환경부, 녹색연합, 청주동물원 다 같이 협약을 체결했죠. 그때 환경부 지원금과 지자체에서 지원받은 돈 총 2억 원으로 곰사를 리모델링했어요. 저희도 전까지는 시멘트로만 지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반이, 달이가 우리 청주동물원을 구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원래 동물원은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졌잖아요. 동물원 동물들은 ‘전시동물’로 소비되고 착취되고요. 하지만 지금 국내1호 거점동물원에 된 청주동물원부터 해서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듯합니다. 동물원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저는 동물원은 결국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동물원에서 일하지만, 이런 곳은 동물을 위해서는 없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죠. 그럼에도 계속 이곳에 있는 이유는, 여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초창기에 병든 동물들이 있으니까 좀 더 있어 볼까 하다가 계속 있게 된 것이기도 하거든요. 당장 동물원을 없애면 지금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어떡하나요? 외국에서 온 동물들은 여기가 고향도 아니고 또 나가면 생태교란종이 되죠. 총에 맞거나 상처가 심해서 살고 있는 동물은 어떻게 할 거냐 하는 문제도 남죠. 생추어리를 만들면 좋은데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동물원에 있는 많은 동물의 여생을 위해 동물원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동물이 머물며 쉬고,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물들의 거취소’로써의 동물원으로 새로운 개념을 시도하셨지요. 청주동물원에서 동물을 어떻게 대하고, 사람들과 만나게 하는지 궁금해요.

너무 어렸을 때 야생동물 구조센터를 통해 구조되면, 사람 손에 키워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동물이나 실내동물원이 문 닫게 되어 갈 곳 없는 동물이 오기도 하죠. ‘갈비 사자’로 불렸던 바람이 같은 경우가 그런 케이스고요.

또 큰 새장에는 독수리 하늘이가 사는데요. 내년에는 방사 훈련장을 만들어서 훈련한 뒤 몽골로 돌려보내려고 합니다. 그때 GPS의 좌표 신호를 통해서 몽골에 무사히 갔는지 확인할 수 있겠죠. 그 기록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교육도 할 수 있고요.

수달은 야행성 동물이니까 오전에는 밖으로 잘 안 나와요. 그래서 수달이 있던 보금자리 안에 수달 인형을 두고, 수달이 없을 때는 그 인형과 인사하게 해요. 이를 본 사람들은 ‘수달은 야행성 동물이니까 오전에는 안 나오는구나’라는 걸 알고 이해하게 되는 거죠. 

왼쪽부터 차례로 김정호 수의사, 박은정 활동가, 녹색연합 회원들. 녹색연합은 매년 청주동물원을 방문해 구출한 곰들과 관계 맺고 사육곰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수많은 동물원, 어떤 방향으로 더 나아가야 할까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동물들은 병을 숨기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1년에 한 번씩 해요. 동물을 위해서 건강검진을 하는 거지만, 검진실을 유리창으로 만들어놨거든요. 교육적 차원에서 건강검진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요. 동물을 위하면서 사람들의 흥미도 끌 수 있는 대안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청주동물원은 운영 방향을 조정하고 나서 관람객이 늘었거든요. ‘저렇게 동물들을 위하면서도 잘 되네’ 하는 성공적인 사례가 된 거죠. 이렇게 다른 곳도 따라 하다 보면 전반적인 동물 복지가 올라가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동물의 복지를 위해 현장에서 목소리 내주세요. 마치며, 녹색희망 4행시 부탁드릴게요!

녹 : 녹을 닦아 마음속 본연의

색 : 색으로 살아요. 매일

희 : 희희낙락하는

망 : 망아지처럼 하루하루를 기쁘게.

2018년 12월 겨울 아침, 김정호 수의사와 함께 반달가슴곰을 구출하러 가던 날이 생생합니다. 마취총으로 잠재운 곰 세 마리를 조심조심 철창 밖으로 구출하며 상기했던 우리의 목적은 아직도 명확합니다. 이제, 아직 철장에 남은 300여 마리의 곰의 삶을 이야기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린콘서트를 개최합니다. 반달곰과 김정호 수의사의 이야기를 토크 콘서트에서 더욱 생생하게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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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파트너스’에서는 녹색연합의 가치에 동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분들을 인터뷰하여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