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지구를 위한 길이 되려면

지금 당장 세상에서 모든 교통수단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아마 신선한 음식을 먹기 어려울 것이고,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없을 것이고, 친구와 가족을 만나러 갈 수도 없을 것입니다. 교통수단이 있기에 전국 곳곳에 물자를 나르고,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는 것이겠죠. 정말 삶에 필수 불가결한 ‘교통’을 어떻게 하면 더 녹색으로,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그런 고민을 하며 전철과 버스를 타고 성산동에 있는 ‘녹색교통운동’으로 향했습니다.

2009년부터 녹색교통운동과 함께한 김광일 사무처장. 교통공학을 전공한 뒤 교통관련 설계와 계획을 하는 용역 회사에서 일을 하다 더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녹색교통운동에 들어와 15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녹색연합: 안녕하세요, 녹색교통운동은 어떤 단체인가요?

김광일 : 90년대 초반에 자동차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자, 여러 사회문제가 생겼습니다. 특히 교통체증, 배출가스로 인한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가 생겨났죠. 처음에는 교통체증으로 운행이 어려워진 운수 노동자들이 모여서 연구소를 만들려고 했대요. 그랬다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민들이 직접 행동을 하거나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사회가 바뀌기 어렵겠구나 생각하게 된 거죠. 그래서 교통 전문가, 법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법률가들을 모아서 93년도에 녹색교통운동 시민단체로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녹색연합: 녹색교통운동은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왔나요?

김광일 : 현재 ‘자동차 운행제한 제도’라고 사대문 안에 5등급 차량은 못 들어오게 하는 제도가 있어요. 차량 등급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떻게 구분할 것이며, 그게 왜 필요한지 저희가 제안했어요. 

또 예전에는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쓰레기를 버리기도 하고, 난폭 운전을 하는 등 버스를 타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지역별로 버스 서비스 점수를 매겨서 평가를 한 뒤에 발표를 하면서 공론화를 시켰죠.

광화문 사거리 이순신 동상 있는 곳에 지하철이 들어오면서 횡단보도를 다 없애버렸어요. 저희가 시민들 대상으로 서명도 받고 경찰서에 모인 서명을 내는 활동들을 하면서 다시 횡단보도가 생기기도 했어요.

대기오염 문제 대응도 진행했는데, 시민들로 하여금 대기오염 측정 키트를 가지고 조사를 하게 제시해서, 지역 운동으로 퍼질 수 있게 솔루션을 제공했어요. 

그 외에도 공회전 금지 운동을 펼쳐서 결국 공회전 금지 조례도 제정되었고요. 정책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정부나 지자체에 직간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마련해주는 활동들을 계속하고 있어요.

녹색연합: 이 인터뷰를 보시는 시민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김광일 : ‘움직이는 소나무’ 캠페인이라고, 앱을 깔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 줄일 수 있는 탄소 감축 효과를 실제 수치로 보여주고, 소나무를 몇 그루 심었는 지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수치를 포인트로 바꿔서 친환경 제품을 5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서 참여를 유도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워들과 같이할 수 있는 챌린지를 제안하기도 해요. 앱 사용자를 보면 지금 2,500명 정도 참여하고 계세요.

녹색연합: 국내 대중교통 정책의 문제점이나 바뀌어야 하는 것이 있을까요?

김광일 : 저희가 늘 강조해 왔던 ‘녹색 교통’이라는 메시지가 중요하게 다뤄지기 시작한 것이, 탄소 중립이나 기후위기 문제가 교통문제와 연결되어서 이슈화되기 시작한 때예요. 기후위기 측면에서 보면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해야 해요.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펼치는 정책들을 보면 여전히 자동차 중심의 정책이에요. 특히 선거철이 되면 공약으로 많이들 내세우는 것이 SOC*사업이에요. ‘우리 동네에 공항을 짓겠다, 뭐를 만들겠다’고만 하지 없애겠다고는 하지 않거든요. 정부는 수송부분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거죠.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하는 기후위기 시대,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는 교통 정책은 전기차로 다 바꾸라는 것이에요. 전기차는 충전 한 뒤 전기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바꿔야 되기 때문에 기존의 화석연료 차량에 비해 효율이 더 떨어져요. 또 차가 많이 돌아다니면 교통사고라는 안전 문제는 남아있잖아요. 지금 정부의 정책은 전기차로만 바꾸면 탄소 중립도 되고 다 해결된다는 식 인 거예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하지 않은 채로 교통 문제를 단편적으로만 보고 있는 거죠. *SOC 사업 :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을 줄인 말로,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주는 자본의 하나로서, 좁게는 도로, 항만, 공항, 철도 등 교통시설을 포함하고, 넓게는 전기, 통신, 상하수도, 댐, 공업단지까지도 포함된다. 

녹색연합: 교통 정책 중에 국내에 적용가능한 해외의 좋은 사례들도 있을까요?

김광일 : 많이들 아시다시피 대표적으로 파리의 15분 도시가 있죠. 파리 시내 어디든지 도보와 자전거로 15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에요. 서울과 파리는 도시 규모가 달라서 사실상 적용을 하긴 힘들어요.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한 사례로는 런던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런던에서는 자동차가 도심에 들어올 때 혼잡통행료를 받아요. 그리고 시내 중심가로 가면 앞에서 말했던 자동차 운행제한을 실시하고 있어서 배출가스가 많은 등급의 차는 아예 못 들어가요. 들어가면 벌금을 내야 해요. 그 외에도 자전거 도로를 많이 만들고 대중교통 서비스도 공급을 늘려나가고 있어요.

녹색연합: 마지막으로 녹색교통운동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김광일 : 교통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 그리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으로 변화되는 것을 그리고 있어요. 도로가 차량 위주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무공해 교통수단이 중심인 공간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녹색희망 인터뷰의 시그니처! 녹.색.희.망 으로 4행시 한 번 부탁드렸습니다. 

녹 : 녹이 쓸고
색 : 색이 바래고 오래된 자전거를 승용차 대신 열심히 타고 다니는 것이
희 : 희끄무레한 공기를 맑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망 : 망각하지 말고 살아요. 우리 녹색 교통으로 함께해요.

김광일 사무처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얼마만큼 ‘녹색교통’을 실천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후위기를 위해, 깨끗한 도로를 위해 여러분이 ‘움직이는 소나무’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인터뷰: 이숲, 김진아 


‘그린 파트너스’에서는 녹색연합의 가치에 동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분들을 인터뷰하여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