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나타난 너구리와의 공존, 너구리협상단

이 뉴스 보신 적 있나요? JTBC 뉴스룸 ‘밀착카메라’ 뉴스 영상을 갈무리한 건데요, 우이천에 나타나는 너구리를 취재하는 기자의 인터뷰 장면이 독특하고 유쾌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너구리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 기자는 너구리와 길고양이, 반려견과 사람이 모두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비슷한 고민에서 출발해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낸 시민들이 있습니다! 이번 그린파트너스에서는 도봉구에서 너구리와 공존하기 위해 직접 시민을 모으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한 문화기획사 ‘문화비행’을 소개드립니다.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김원호 활동가와 이음팀 배선영 활동가가 문화비행 기획자 윤태현 님을 만났습니다.

“어느 시점부터 우이천에 등장하여 인간들과 함께 공간을 이용하고 있는 너구리 가족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이천을 산책로로 이용하는 사람들과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강아지들 중 몇몇 주체들이 이들에게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각종 뉴스를 통해 화제가 되었고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이천은 인간, 너구리, 강아지, 고양이, 올빼미, 백로 등 어느 특정 생명체가 소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기에 저희 연구소는 우이천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하면 앞으로 너구리 가족과 평화롭게 이용할 수 있을지 공존을 위한 협상 전략을 찾기 위해 2022년 8월에 설립되었습니다. 또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지역에서 너구리가족 사건에 대해 진심과 고민을 다할 조건을 갖추신 분들을 공식적으로 모집하였고 치열한 경쟁 끝에 4명의 수석 연구원을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이 책자는 희노리, 걍버들, 참세, 다홍 이렇게 4명의 수석연구원들과 왜갈 연구소장, 그리고 환경교육사 탱구리까지 함께 만들어온 소중한 협상 과정과 그 결과를 담았습니다” – 너구리사건연구과정 아카이빙 소책자 중 ⓒ문화비행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문화비행(윤태현 기획자): 저는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는 윤태현입니다. 사회적인 이슈들을 문화예술을 통해 새롭게 접근하고자 하며, 유희적인 시선을 찾아 매끄럽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지역에서 기획 활동을 하다가 서로 마음이 맞는 청년 세 명이 모였고, 작년 말부터 ‘문화비행’이라는 기획사로 이수현, 허슬기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문화비행에서 진행한 ‘공존을 찾아서’라는 프로젝트 안에 녹색연합과 협력한 ‘너구리협상단’ 활동이 있었죠. 제목이 무척 유쾌한데요,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문: 시작은 개인적인 이유에서 출발했습니다. 본가에 강아지 두 마리가 함께 사는데 집 앞 우이천 산책을 자주 하거든요. 어느 날 저희 집 강아지들이 매일 다니는 산책로에 너구리가 나타나는 이슈가 생긴 거죠.

뉴스에서 너구리가 강아지를 무는 사건에 대해 접했을 때는 남 얘기라 생각했는데, 산책하다가 실제로 너구리를 만나기도 했고, 저희 집 노령견이 혹시나 물리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그제서야 남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전문가들은 우이천이라는 생태계 안에서 인간과 너구리, 그리고 반려견까지 공존하는 게 맞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내가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문화 기획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이 동네에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진 주민들이 모여 함께 고민하고, 목소리 내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사람과 사람을 잇는, 그런 방식의 활동이라면 잘 해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딱딱하게는 말고, 재밌게 해보자! 했죠.

첫 전제부터 바꿨습니다. ‘보호’를 하는 주체와 ‘보호’당하는 객체가 나누어지면 위계속에서 인간이 갑이고 동물이 을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밖에 없잖아요. 우이천을 인간이 소유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살기 전에 동물은 생태계를 이루어 살고 있었고요. 그런 차원에서 ‘너구리를 보호하자’가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너구리들과 협상을 해보자!가 된 거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너구리 가족과의 우이천 공존 협상 전략 연구소>입니다. 누가 봐도 딱딱하지 않은,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연구소라 느끼고 접근할 수 있도록요.

일상이 곧 현장이었네요. 내가 산책하고 항상 걷는 길에서 마주치는 문제의 해결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로서 직접 해결하는 주체로 시민이 나선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시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굉장히 재미있는 프로젝트 같아요.

문: 맞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니까 누구나 다 손을 들 수 있지요. 이정도는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 진입 장벽을 낮추는 거죠. 환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할 때, 녹색연합처럼 전문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나 연구자 분들 처럼 경험이 많고 공부도 많이 해야하는 것처럼 인식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는 “나도 할 수 있어”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전문가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참여했다는 점이 홍보가 되면서 환경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끔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후에 변화를 실감한 부분이 있을까요?

표지판을 바꿨습니다! 사람들이 너구리가 나타나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떻게 홍보를 해야할까 방법을 찾다보니 기존 표지판이 너무 가독성이 떨어지더라고요. 노인 인구도 많은데 글씨도 작아서 보이지도 않고요.

또 하나는 관련 법령과 정책을 공부하게 된 것인데요, 시민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새로운 주제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현장에서 실제로 바뀌기 위해서는 국가, 행정과 함께 협상을 해야되겠더라고요. 너구리 협상단 안에 정부를 개입시킨 거죠.


내용 출처: <우이천 너구리 가족 사건 관련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제안서> 갈무리


그래서 탄생한 것이 <우이천 너구리 가족 사건 관련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제안서>입니다. 이 제안서를 도봉구청장에게 전달한 결과 실제로 표지판 디자인도 변경되었고, 표지판 안에 있는 캐릭터도 해외 종인 라쿤에서 우리 나라에 사는 너구리 캐릭터로 바꾸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엄청난 자부심이 생겼겠어요. 내가 사는 곳을 더 좋게 바꾸는 일에 직접 참여했고, 단순히 나를 위한 게 아니라 공존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참여하신 분들의 만족도가 높았을 것 같아요.

문: 표지판을 지나갈 때마다 “이거 내가 했는데!” 하며 느끼는 자부심, 맞아요. 이 마음이 올해도 계속 연결되어 녹색연합의 도움을 받아 너구리 모니터링을 위한 무인 카메라도 세 대 설치했습니다. 카메라에는 너구리뿐만 아니라 길고양이, 다람쥐, 청소하는 사람 등 우이천을 이용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포착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저도 전반적인 도심 속 생태에 대한 고민으로 시야를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문화비행의 프로젝트가 더 궁금하신 분은 너구리가족과의 우이천 공존 협상 전략 연구소 페이지 링크 접속해보세요! 다양한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정리 : 배선영 이음팀


‘그린 파트너스’에서는 녹색연합의 가치에 동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분들을 인터뷰하여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