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녹색연합 이음팀 활동가들은 녹색연합 회원 남정아 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남정아 회원은 설악산이 보이는 속초에서 ‘아임낫볼더’라는 실내 클라이밍 센터를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2016년부터 녹색연합과 인연을 맺고 케이블카 반대 활동에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Q: 안녕하세요, 어떻게 속초에 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산 때문입니다. 20대 초반에 취미로 시작한 산행이 30대를 거치면서 ‘생업’이 되어 전문적으로 등반을 하게 되었고 해외 원정까지 다녀오게 되었어요. 산과 함께 살다 보니 산에서 남편을 만나고, 아이도 낳은 셈이죠. 사실 20대 때에는 돈만 생기면 해외 등반을 다녀오곤 했었는데, 가정을 꾸리면서 그런 삶을 지속할 수는 없었고(웃음), 남편이 속초 국립등산학교로 직장을 옮기게 되며 자연스럽게 가족 모두가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Q: 녹색연합과는 어떤 인연이 있으셨나요?
산에 열심히 다니던 예전을 생각해보면 아웃도어 활동에 열심인 만큼 환경에 대해 의미를 두며 생활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LNT(Leave no trace)’, 흔적을 남기지 않는 정도의 실천 정도만 하는 삶이었다가 2016년쯤부터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이야기가 나오고 산악인들이 반대 운동에 함께 하면서 저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동안 산으로부터 큰 혜택을 받았다는 깨달음이 생기며 산을 지키고 싶었죠. 그렇게 녹색연합에 후원도 시작했고, 요즘에는 청소 산행을 자체적으로 기획해서 진행하기도 해요.
Q: 클라이밍 센터 이름을 ‘아임낫볼더(I’m not boulder)’라고 지으셨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볼더는 바위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자연 바위나 실내 암장에서 하는 스포츠 클라이밍 종류중 하나(볼더링)이기도 합니다. 볼더링을 하는 사람을 볼더러라고 불러요. 이 센터 이름인 ‘아임낫볼더’는 ‘나는 바위가 아니다’라는 직역보다는 ‘나는 볼더러가 아니야’. ‘나는 클라이머가 아니야’, 이런 느낌인데요. 저는 20대 때부터 산을 진심으로 다녔던 사람임에도 스스로를 ‘등반가’로 부르는 것에 회의를 느끼곤 했어요. 산은 그저 내 삶의 한 방향이고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었던 것이지 나를 온전히 표현하는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등반가’라고 한다고 해서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겉멋 든 사람이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진짜’ 같은 느낌을 센터 이름에 담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최근에 스포츠 클라이밍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설악산 케이블카에 대해 함께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 어떨까, 활동가들끼리는 이런 고민도 해봤거든요. 자연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케이블카로부터 자연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내주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산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우리 공동의 지구, 공동의 산을 지키자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케이블카로 인해 조금이라도 이득이 생길 것이라 판단하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설치를 위해 달려들 거예요. 목소리도 훨씬 크고요. 케이블카 싸움을 보면 막아내도 다시 설치를 시도하고 막아내도 다시 설치하려 들고… 이 과정을 바복해서 겪고 나니 지금 저로서는 살짝 무기력해진다고 할까요. 아 또 시작이구나. 또 그 지난하 싸움을 해야 하는구나, 이런 느낌이 들기도 해요.
제가 운영하는 볼더링장의 경우에도 종이컵을 없애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스스로 타협하여 종이컵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처럼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행동은 자꾸 약해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말하다보니 저도 스스로와 대화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네요. 부끄러운 마음도 들고, 마음도 아파요. 어린 시절부터 열정을 다할 수 있는 대상과 가치가 산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케이블카 반대 활동을 했을 때 참 행복했었어요. 물론 지금의 현실은 쳇바퀴 도는 삶을 살아야 하고,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기는 했지만요(웃음).
사람이 먹고사는 것만으로 사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분이 산으로부터 좋은 기운을 받고 행복하시다면 그 산이 계속 그대로 있게 하기 위해도 함께 마음을 모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볼더링을 비롯한 클라이밍 그리고 등산을 즐기며 산을 사랑하는 모든 세대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난개발로 파헤쳐지는 수많은 현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녹색연합은 녹색연합의 역할을 해나가야겠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이음팀 활동가들도 볼더링 한판 했는데, 문제가 매워서 혼났습니다. 센터 입구에 산양이 그려진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스티커를 놓아 달라고 부탁드렸는데요, 아임낫볼더를 방문하는 많은 분이 케이블카 반대 활동에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남정아 회원님께도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인터뷰 정리 : 배선영 이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