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물건을 오래 쓸 수 있게 하는 구조를 고민합니다

‘그린 파트너스’를 소개합니다. 녹색연합의 가치에 동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분들을 찾아가 인터뷰합니다.

 

가을비가 내리던 11월의 어느 날, 제로그램 매장이 있는 홍대에서 그린 파트너스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매장 벽에 큼지막하게 SAVE EARTH, SAVE US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친환경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더 나아가 환경 재단을 설립해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기업! 녹색연합 윤소영 협동사무처장과 제로그램 이종훈 대표가 만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친환경 기업, ESG, 비즈니스 철학에 대한 이야기
“좋은 물건을 오래 쓸 수 있게 하는 구조를 고민합니다.”

제로그램은 아웃도어 회사라는 개념보다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개발하고 선순환 환경 구조를 개척하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소재 자체도 현재는 약 3~40%, 장기적으로 80% 이상 리사이클링 소재를 써서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도 있고요. 많이 만드는 것보다 좋은 물건을 오래 쓸 수 있게 하는 구조를 고민합니다. 또, 버려진 쓰레기들을 재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과정에서도 재활용이 용이하게 디자인하는 접근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내부에 ‘지속 가능 소재 연구소’ 를 만들었습니다. 내년에 출시되는 제품 중에는 폐원단 리사이클 소재로 만든 제품도 있거든요. 저희 제품으로 좋은 레퍼런스가 만들어지면 또 전파하고,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올해 제로그램이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리뉴얼하면서 중요한 브랜드 가치로 ‘연대감’이라는 키워드를 꺼냈습니다. 혼자 이야기하는 것과 10명, 20명, 100명이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요. 더 많이 알리고 더 저변을 늘리고 다 같이 고민하자는 의미에서요.

 

연대감이라는 키워드가 무척 마음에 드는데요. ‘공헌’ 또는 ‘사회적 가치’ 이런 표현들보다는, 연대감이라는 표현에서 대상이 명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문제가 분명하게 인지되는 느낌도 들어요. 함께 하는 파트너로서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한 지지 같습니다. 기업은 이미 존재 자체로 이윤을 남겨야 하지만 또 ‘사회적 책임’을 빼고 기업을 이야기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잖아요. 제로그램에서는 새로운 시도나 모험을 통해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해 가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분야에서 일한 지 내년이면 30년 정도 되는데요. 근본적인 고민이 들어요. ‘내가 이런 소비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가장 환경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그만 만들고 은퇴하는 것이겠다(웃음)’. 그동안 제가 만든 쓰레기도 엄청날 텐데, 또 새로운 걸 만들어서 팔겠다고 하는 딜레마 속에 있죠. 그럼에도 사회가 유지되는 체인 안에서 다른 방법을 제안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 생각한 것이고요. 우리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사회에 환원하다 보면 이렇게 활동가분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또 지원할 수 있는 부분도 생기고요.

대다수의 기업은 여전히 업사이클링 중심의 이야기들을 하거든요. 하지만 녹색연합 같은 환경단체에서는 ‘지금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줄이기에 대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 그게 기업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제로그램의 지향점이 내심 반갑습니다.

녹색연합과의 협력, 그린 백패커스와 아웃도어 문화에 대해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백패커들의 축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대표님이 새로 오시고 브랜드를 리뉴얼한 이후에 녹색연합과 <그린 백패커스> 프로그램이 벌써 2회째 진행됐습니다. 제로그램과 함께 하는 <그린 백패커스>는 제로그램의 브랜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부에서 어떤 영향이 있는지,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기후 위기를 자연스럽게 백패킹이라는 문화와 접목해 알릴 수 있는 좋은 캠페인이자 채널이죠.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녹색연합과 함께하고 싶고, 여건이 된다면 조금 더 규모를 키운다든지, 확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 알려야 되는 상황이라고 봐요. 지금 사실 기후위기와 생태계 영향에 대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인지도가 낮은 것 같아요. 일상 속에서의 실천 또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접근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이 브레이크를 잡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내가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잖아요. 대중교통을 좀 더 탄다든지, 아니면 일상 속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다든지요.

제 가족이 제주에 있어서 제주를 자주 오가는데요, 제가 젊었을 때부터 보았던 제주와 지금의 제주는 정말 다릅니다. 많이 망가졌어요. 바닷속부터 산 위 다 마찬가지로 심각한 수준이죠. 코로나로 인해 국내, 특히 제주 여행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고, 또 캠핑 쓰레기 문제나 현지 주민들과의 마찰도 있고요. 이런 문제들을 접하고 나서는 ‘백패킹 문화에 대한 캠페인’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아직 몰라서 못 지키는 것도 많을 수 있거든요.

올해 하려다 코로나로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백패킹 페스티벌을 하면 좋겠어요. 미국에 있는 친환경 페스티벌을 모델로 해서 흔적을 전혀 안 남기는 행사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행사 장소에도 차를 가져오지 않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해 올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기후 위기 같은 무거운 이야기가 즐거운 문화와 결합이 되어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요. 한국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처럼, 녹색연합과 제로그램이 함께 친환경 페스티벌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LOST BLUE, 기후위기, 그리고 제주에 대해

 

 

최근에 제로그램에서 제주 바다 생태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공개하셨지요. 녹색희망을 구독하는 분들께 소개해주시면서 인터뷰는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OECD 국가 미세 플라스틱 평균 수치의 8배 이상이 남해안에서 검출된다고 합니다. 남해안에서 양식이 활성화되다 보니까 폐어구 문제가 드러나는 것 같더라고요. 녹색연합 활동과도 관련이 있는데,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로 인해서 산호 백화 현상이 생긴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때마침 올해가 저희 10주년이기도 하고 의미 있는 목소리를 좀 내보자 해서 <로스트 블루>라는 테마를 끄집어냈죠. 제주 산호를 주제로 제품도 만들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리고 싶어 다큐멘터리도 만들었습니다. 현재 물질을 하고 계신 젊은 해녀분들을 섭외해, 너무 무겁지만은 않은 시선에서 몸으로 체감하는 제주 바다의 환경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앞으로도 진정성 있게 저희의 이야기를 발전 시켜 나가려 합니다. 지켜봐 주시고 녹색연합과도 함께 해주세요!


정리 : 배선영 녹색연합 활동가

 

‘그린 파트너스’에서는 녹색연합의 가치에 동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분들을 찾아가 인터뷰합니다. 후원 문의 fund@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