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아니라 마음이 녹길 바래

지난 6월 5일 환경의날, 찌는 듯한 태양 아래 광화문 광장과 신촌 광장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무용수, 활동가, 시민들로 구성된 이들은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천천히 걷다가는 돌연 산양으로, 저어새로, 연산호로, 흰수마자로, 고니로 변했습니다. 도저히 인간들이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인지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로 나온 이 생명들. ‘우리도 자연 속에서 그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며 자연의 권리를 온몸으로 외쳤습니다.
오늘은 그날 ‘자연의 권리’ 퍼포먼스에서 만났던 임진아 회원을 만났습니다. 앗, 그날엔 분명히 흰수마자였는데 오늘은 합정동의 요리주점 ‘빙하’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네요.

안녕하세요! 흰수마자, 아니 임진아 회원님. 먼저 간단하게 하시는 일과 함께 소개 부탁드릴게요.

임진아 : 저는 합정동 포은로에서 빙하라는 요리주점을 하고 있습니다. 그냥 장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재미있는 기획을 하고 그 이야기를 공간에 잘 녹여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임진아입니다.

빙하라는 이름이 궁금해요. 예전에 ‘인간빙하’라는 책도 내셨던 걸로 아는데, 빙하에 갖는 애정이 있으신 것 같아요. 회원님이 생각하시는 ‘빙하’만의 의미가 있다면?

임진아 : 손님들이 많이 물어보시기도 하는 질문이에요. 이 공간을 준비하던 시기에 ‘인간빙하’라는 책을 작업하고 있었어요. 기후위기로 녹아내리는 빙산처럼 인간의 삶 또한 같이 녹아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파괴적인 현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자연스레 당시 저의 화두가 가게의 컨셉과도 이어지게 되었고 책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공간 안에 충실히 녹여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게를 꾸며보게 되었습니다. 가게 이름 ‘빙하’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데요, 녹는 빙하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담아보았어요.

빙하에 있는 메시지나 작은 모형들은 대게 손님들이 선물로 남기고 간 흔적들이라고.

 

자연의 권리 퍼포먼스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임진아 : 친한 활동가의 제안도 한몫했지만, 진짜 망설임 없이 하고 싶었어요. 주점을 운영하면서부터는 저녁 시간이랄지, 주말에는 시간을 전혀 낼 수가 없거든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도 시간이 항상 맞지 않아 아쉬웠는데 진짜 다행인 게 이 퍼포먼스는 두 번의 연습일이 모두 저희가 쉬는 날인 화요일인 거예요. 상황이 딱 맞아떨어지니 꼭 해야겠다 싶었죠. 저는 움직임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게 환경의 날에 벌어지는 퍼포먼스와 맞물리면서 ‘내가 춤을 추고 노는 것이 스트레스를 풀고 즐기는 것 뿐 아니라, 이 사회에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된다’는 게 매력 있었어요. 가게를 같이 운영하는 파트너와도 함께 하고 싶었는데 흔쾌히 참여해 줘서 너무 좋았죠.

흰수마자가 되었던 기분은?

임진아 : 저는 금강의 흰수마자가 되었는데요, (ㅎㅎ)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였어요. 광화문 광장, 청계천, 신촌 광장에서 진행했는데, 항상 두 발로 거닐던 굉장히 일상적인 곳에서 비일상적인 행위를 하게 된 거라 무척 새로웠고 울림이 있었어요. 음악에 몸을 맡겨 노는 것이 아니라 멸종위기에 처한 흰수마자를 표현하기 위해 움직임을 익히고 광장에서 보여주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니까요. 사람으로만 살아가다가 흰수마자로 잠깐이나마 살아볼 수 있었어요. 연습할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혹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환경을 위해 실천하는 것들이 있나요?

임진아 : 텀블러 들고 걷기…? ㅎㅎ 저는 정말 걷는 걸 너무 좋아해요. 웬만하면 걸어요. (진짜다! 임진아 회원님은 서울 안에서는 웬만하면 걷는다) 지금은 빙하 안에 있으니 가게 운영하면서의 실천을 이야기하자면, 저는 할 수 있는 만큼은 꼭 하려고 해요. 가게 안에서만 생기는 쓰레기가 이미 어마어마해요. 늘 유리병과 플라스틱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또 이게 없이는 장사를 할 수가 없거든요. 음, 물티슈는 일회용 포장지에 담겨있는 거 말고 코인티슈를 사용하고 있어요. 손을 써서 먹는 음식이 아니면 기본 제공은 하지 않고요. 그런데 저희 메뉴판이 기후위기 폰트를 사용하고 있고,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것을 안내하고 있어서 그런지 찾아주시는 분들이 이미 잘 실천해 주고 계셔서 좋답니다. 더 귀여운(?) 실천으로는, 영업시간이 임박해서 조명을 켠다거나, 퇴근할 때 멀티탭을 잘 끈다거나, 할 수 있는 것들을 잘 지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행도 많이 다니셨고, 산티아고도 몇 번 다녀오셨잖아요. 요즘은 자연을 자주 접하고 계시나요?

임진아 : 가게를 운영하니 진짜 시간이 없어요! 대신 감사하게도 퇴근길에 한강공원을 둘러서 집을 갈 수 있거든요. 요즘은 한강이 저에게 가장 가까운 자연이고요, 쉬는 날 일정이 괜찮으면 상암에 있는 노을공원을 가요. 한적하니 걷기 좋아요. 바쁜 일상에서도 최대한 자연에 노출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녹색연합 후원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임진아 : 감사하게도 주변에 기후위기라든지, 지금 사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는 친구들이 여럿 있어요. 제가 한창 사회 현상에 관심을 두게 되던 시기에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관심이 생기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작은 실천을 하게 되었고요. 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싶더라고요. 그때 녹색연합을 알게 되면서 참여방식 중 하나로서 후원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녹색연합 후원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임진아 : 이거 제가 4행시로 해도 될까요?

너무 좋죠.

녹 : 녹록지 않습니다
색 : 색을 잃어가는 지구에서 살아가기란
희 : 희희희희 웃으며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망 : 망설이지 마세요, 녹색연합 후원을 시작하세요!

인터뷰를 위해 특별히 ‘Rights of Nature’ 셔츠(자연의 권리 퍼포먼스 기념 셔츠)를 입고 우리를 맞이해준 임진아 회원.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오늘의 영업을 개시할 때가 왔습니다. 회원님과의 인터뷰를 마친 두 활동가는 잠시 손님이 되었고, 본업으로 돌아간 회원 사장님의 추천 막걸리를 내돈내산으로 한 잔씩 걸치고는 기분 좋게 집으로 퇴근했다는 후기 전합니다!

인터뷰: 신지선(녹색연합 이음팀 활동가)


‘그린 파트너스’에서는 녹색연합의 가치에 동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분들을 인터뷰하여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