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산천어축제와 동물보호법

얼음이 어는 계절, 산천어 축제에 대하여

계절마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모습의 축제들이 열립니다. 특히 지역적 특색을 잘 아우르는 지역축제들은 지역 경제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축제에 참가하는 많은 시민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기도 하고, 교육적 효과에도 기여합니다. 그런데, 즐거워야 할 축제 현장이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과 같은 겨울에 개최되는 화천 산천어축제에서는 축제를 이유로 공수되는 산천어가 10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특히, 산천어축제는 산천어를 요리하여 먹는 행위만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얼음낚시나 맨손잡기 등, 산천어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산천어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 노출되고 고통을 느낄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합니다. 게다가 ‘어류’ 또한 「동물보호법」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도 계속해서 이러한 축제가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물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동물”이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동물을 말한다.

다. 파충류ㆍ양서류ㆍ어류 중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

동물보호법 시행령📜

제2조(동물의 범위) 「동물보호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제1호다목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이란 파충류, 양서류 및 어류를 말한다. 다만, 식용(食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제외한다.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 다목은 “어류 중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동물보호법상의 ‘동물’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그 대통령령인 「동물보호법 시행령」 제2조는 위에서 말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이란 파충류, 양서류 및 어류를 말합니다. 다만, 식용(食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제외한다고 규정하여 ‘식용’이 목적인 어류는 동물보호법상 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이용되는 산천어가 식용을 목적으로 한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동물보호법상의 보호대상인지 아닌지가 결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0년 산천어축제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건의 경우, 검찰은 산천어축제의 산천어가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물보호법으로 보호되는 어류에 해당하지 않아 동물보호법 위반의 혐의가 없다는 점에서 이를 각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축제에 사용되는 산천어가 ‘식용’ 목적으로 이용되고만 있나요?

축제만을 위해 양식된 산천어를 좁은 공간에 풀어두고 ‘체험’의 명목으로 낚시와 맨손잡기 등의 행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단순히 식용 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한, 축제가 끝난 이후에 남은 산천어들은 사용되지도 못하고 폐기되는 등, 반드시 ‘식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산천어들도 축제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그저 어류를 하나의 ‘식품’으로만 대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천어축제뿐만이 아니라-불기소처분이 되기는 하였지만-집회·시위를 목적으로 어류를 길에 투기한 한 어업단체에 대해서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되었던 사례도 존재합니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동물보호법으로 보호되는 동물에서 ‘식용’ 목적의 어류가 제외되어야 하는 당위도 흐릿합니다. 실제로 해외의 유사한 동물보호 법률을 살펴보면, 영국, 독일, 스위스, 호주 등의 주요 국가들이 척추동물의 경우, ‘용도’에 구분없이 학대를 금지하는 등 최소한의 보호기준을 두고 있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은 그 보호범위가 상당히 축소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동물 학대 등을 다룬 다른 판례들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비인간 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고, 적어도 동물이 생명체로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에서 동물보호의 당위를 긍정하고 있는 것이라면, ‘식용’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끼는 어류에 대해서도 그 생명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규정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글: 이수빈 전 녹색법률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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