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하 기후총회) 마지막 날. 세계 195개국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아래로 억제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하자는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합니다. 파리협정은 1.5도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모든 나라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초의 합의였습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무려 3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됩니다. 협약은 선진국들에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수준으로 안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권고’ 수준으로 협약이 효과를 발휘하지 않자,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총회에서 협약의 수정안으로 부속 의정서인 ‘교토 의정서’가 채택됩니다. 교토 의정서는 선진국들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평균 5.2% 줄이라는 의무를 부여합니다. 그러나 선진국에만 부과된 의무에 항의하며 온실가스 최다 배출국인 미국은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중국이나 인도가 온실가스 최다 배출국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의무감축국가에 협약 초기 때처럼 제외되는 등의 한계로 교토의정서 역시 협약의 의미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파리협정은 지난 기후협약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기후체제를 만들자는 열망이 모인 결과였습니다.
협정을 체결한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받도록 했고,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 취약성을 줄일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 지원하도록 하였습니다.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에 진전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잠시나마 가졌던 2015년 12월 12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우리는 이미 파리협정 역시 지난 협정의 한계를 되풀이하고 있음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파리협정을 탈퇴하려는 미국의 횡포에 속수무책이며 1.5도 이하로 온도상승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한 자발적인 감축목표, 개발도상국 지원에 인색하기만 한 선진국들의 모습이 현실입니다.
올해도 파리협정에서 정한 여러 주제를 논의하기 위해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제29차 기후총회가 진행되었습니다. 2023년에 이어 또다시 산유국에서 개최된 기후총회는 화석연료 퇴출이 아닌 옹호의 장으로 변질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파리협정이 또 한 번의 실패한 기후변화협약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