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9일은 ‘국제 수리의 날(International Repair Day)’입니다.
2017년, 오픈 리페어 얼라이언스라는 단체가 제안해 시작된 이 날은 물건을 버리고 새로 사는 것보다 고쳐 쓰는 것의 가치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날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직접 무언가를 고쳐 쓰는 법을 배우고 나누며 기업에겐 물건을 더 튼튼하고 고칠 수 있도록 만들기를, 정부에겐 시민들의 수리권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기를 촉구합니다.
우리는 기업이 튼튼하고 오래가는 물건, 고장나도 고쳐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떨어지도록 애초에 설계된 물건들을 종종 봅니다. ‘의도적 진부화’ 또는 ‘계획적 노후화’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이미 백 년 전 수명이 긴 전구 대신 수명을 1000시간으로 단축한 전구를 만들기로 전구 제조사들이 모여 담합한 이래, 기업들이 더 많은 물건을 판매해 이윤을 얻는 원리가 되었습니다. 의도적 진부화는 소비자들이 고쳐쓰기보다 새로운 물건을 사고 빨리 새로운 기종으로 교체하는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합니다.
언제부턴가 제품 보증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고, 고장나면 연락할 수 있는 AS센터가 아예 없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고치려 해도 부품이 없거나, 고치는 비용이 더 커 새 물건을 사라는 권유를 받는 일도 많습니다. 결국 이렇게 끝없이 새로운 물건을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이 기후위기를 불러왔습니다.
국제 수리의 날을 만든 단체 ‘오픈 리페어 얼라이언스’는 특히 전자제품의 내구성과 수리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활동합니다.
많은 전자제품들이 사용단계보다 생산과 폐기단계에서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합니다. 스마트폰은 사용할 때보다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70% 이상 발생합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사용주기를 1년만 더 늘려도 EU 기준 자동차 1백만 대가 배출하는 탄소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늘어나는 전자폐기물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2019년 기준 세계 전자폐기물은 약 5360만톤인데 이 중 재활용되는 것은 17% 정도에 불과합니다. 비공식적인 전자제품 해체장이나 재활용공정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의 영향도 매우 심각해, 2022년 세계보건기구는 어린이의 건강과 전자제품 쓰레기 문제를 다루는 보고서를 따로 내기도 하였습니다.
바느질을 해 구멍 난 양말을 꿰매고 라디오가 고장나면 동네 전파사를 찾던 모습은 이제 옛날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세상은 이런 옛 모습이 일상이 되는 세상입니다. 국제 수리의 날, 버리기로 마음먹은 그 물건의 수명을 더 늘리는 방법을 함께 찾아봅시다.
🚩국제 수리의 날은 매년 10월 3째주 토요일입니다.
글.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