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5일 – 홍콩 플라스틱 펠릿 컨테이너 해양 유실 사고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알갱이

 

2012년 7월 25일 아침, 바다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고 조사하는 환경단체 ‘플라스틱프리씨즈(Plastic Free Seas)’에서 활동하는 ‘트레이시 레드’는 삼팍왁 해변에 갔다가 기이한 풍경을 만난다. 해변은 밤사이 눈이라도 온 것처럼 온통 하얗게 무언가로 덮여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들이었다. 하얀색 알갱이들은 모래를 뒤덮었고 바다에도 둥둥 떠다니고 어떤 곳은 무릎까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알갱이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커다란 자루에서 흘러나왔다. 자루엔 ‘중국석유화학공사 시노펙’이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사고 이틀 전 홍콩에 큰 태풍이 닥쳤었다. 이 때 태풍을 피해 항구로 이동하던 화물선에 실려 있던 컨테이너가 거센 바람에 바다로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하필 이 컨테이너엔 폴리프로필렌(PP) 펠릿 자루 6720개, 168톤이 실려 있었다. 해변을 모두 하얗게 뒤덮은 알갱이들은 바로 이 플라스틱 알갱이들이었다. 바다 생물들은 이 알갱이를 먹이인 줄 알고 먹었고 사고가 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해변에서 잡은 물고기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해변 근처의 양식장에선 물고기들이 먹이를 잘 먹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양식장으로 흘러들어 간 플라스틱 알갱이를 물고기들이 먹어 배 속에 플라스틱 알갱이가 가득 찼기 때문이었다.

홍콩 해변이 플라스틱 알갱이로 뒤덮였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바다로 달려와 소쿠리, 체, 삽 같이 알갱이를 걸러낼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이용해 해안가에 엎드려 플라스틱 알갱이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노펙’과 홍콩 당국에게 이 사고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처음엔 이 알갱이들이 해롭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기업과 홍콩 정부는 시민들의 거센 요구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대적인 청소작업이 시작되었고 헬리콥터로 컨테이너를 수색해 또 다른 섬에서 플라스틱 알갱이를 쏟아내고 있던 컨테이너를 찾아냈다. 청소작업은 2년 가까이 진행되어 바다에 쏟아진 플라스틱 중 약 70%를 수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홍콩 해안가에선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러버덕 표류 사건을 해류의 흐름을 알게된 흥미로운 사건이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출처 유튜브 ⓒI’m Sorry, What?!

1992년, PVC 재질의 노란색 오리 ‘러버덕’ 수만 개를 실은 컨테이너가 바다로 떨어진 일이 있었는데 이때 떨어진 러버덕이 전 세계 바다를 표류하자, 이 일은 동화와 전시의 소재로도 사용되는 흥미로운 일로 취급되었다. 기름이나 화학물질이 바다에 유출되는 사고의 시급성이나 심각성은 다들 알지만, 플라스틱 화물이 바다에 쏟아지는 일에 대해서는 종종 일어나는 사고 수준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시노펙의 플라스틱 사고 당시 홍콩 시민들의 거센 항의와 긴 청소작업을 계기로 플라스틱 펠릿의 해양유출이 일으키는 문제와 심각성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해마다 화물선 사고로 플라스틱 펠릿이 바다로 유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021년엔 스리랑카 해안에서 X-presss호가 침몰하며 플라스틱 펠릿 약 1,680톤을 바다에 쏟아지는 최악의 사고도 있었다. 2023년 7월엔 우리나라 기업 한화토탈에너지스가 생산한 플라스틱 펠릿이 인도 뭄바이 북부 해안가를 오염시킨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을 계기로 2024년 국제해상기구(IMO)는 플라스틱 펠릿의 해상운송에 관한 권고사항과 선박으로부터 유출된 플라스틱 펠릿 수거에 대한 지침서를 만들었다.

글.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코너 소개 : [시간여행]은 과거로 거슬러가 언젠가 벌어졌던 환경문제를 다시 살펴봅니다. 어떤 문제는 해결되었고, 어떤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함께 차근차근 살펴나가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