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 국립공원의 날

정부는 2021년부터 3월 3일을 국립공원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3월 3일은 1967년, 국립공원의 근거법인 ‘공원법’이 만들어진 날입니다. 이 공원법에 근거해 1967년 12월 29일 지리산이 우리나라의 첫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리산이 지정된 것에도 배경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지리산은 1955년까지 입산 금지 상태였죠. 지리산 구례 일대에 살던 지역 산악인들 단체 ‘연하반’은 꾸준히 입산 금지 해제를 요청해 산을 열었습니다. 이후 지리산 종주 등반로를 개척해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종주 코스를 만들고 최초의 등산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연하반은 전쟁 이후 황폐해진 지리산을 되살리고,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선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12000여 가구가 살았던 구례에서 1만 가구 이상이 10원씩 성금을 모아 기금 백만 원을 만들어 서울을 오가며 지리산 국립공원지정운동을 펼쳤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지리산은 우리나라 첫 번째 국립공원이 됩니다.

국립공원 같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개발행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주민들이 나서서 국립공원 지정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보호구역 지정 역사에 큰 울림을 주는 일입니다. 이런 활동을 펼친 당시의 연하반과 구례 주민들 덕분에 지금 우리가 ‘지리산’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2024년 3월 3일 국립공원의 날엔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던 과거 연하반과 구례 주민들의 정신을 떠올리는 날이 되어야겠습니다.

지리산 이후 지금 우리나라 23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국립공원의 면적은 육상면적으로만 보면 국토 4%에 해당합니다. 보통 국립공원에선 각종 개발행위가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알지만, 국립공원도 용도에 따라 지구가 나뉘어 가장 엄격한 규제를 받는 곳은 공원자연보존지구고 이 면적은 육상 기준 국토의 1.5% 정도에 불과합니다. 국립공원엔 우리나라의 생물종 40%가 살고 있고, 특히 멸종위기종(282종)의 70%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은 공원자연보존지구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야생동식물의 유일한 피난처라는 의미이고, 우리는 국토의 1.5%만 야생동식물에 내어주고 있다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 1.5%의 피난처조차도 위태로운 것이 현실입니다.

구례군청은 지리산에 관광용 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웃한 남원에선 지리산 산악열차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가 추진되고 있고, 흑산도 국립공원은 국립공원을 해제해가며 공항을 추진합니다. 지리산의 반달가슴곰은, 설악산의 산양은, 흑산도의 철새들은 이제 어디로 피난가야 할까요?

글.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지리산에 기대서 살며 각종 개발로부터 지리산을 지키는 주민들
지리산방랑단 @jirisan_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