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15일 내복콘서트

내복 콘서트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한 상식 중의 상식, 바로 내복 입기. 그런데 이 ‘내복’을 입자고 캠페인까지 벌여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두꺼운 방한복 안에 짧은 반팔 티 한 장 입는 걸 멋이라 부르던 시절, 내복은 뭔가 촌스러운 어르신들의 옷으로만 생각되던 시절. 1999년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처음 명동에서 정말 내복 차림으로 ‘내복을 입고 에너지를 절약하자’며 피케팅을 하던 바로 그때다. 내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체감온도가 2.5도에서 3도까지 올라 그만큼 실내 온도를 낮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걸 알린다면 그동안 외면했던 내복을 사람들이 다시 찾지 않을까? 예상은 적중했다.

사람들은 길거리 내복 차림의 피케팅에도 흥미로워했지만, 우리가 잊고 있던 내복이 이렇게 큰 효과를 거둔다는 이야기에 뜨겁게 반응했다. 녹색연합뿐만 아니라 많은 에너지 유관기관들이 다음 해부터 내복 입기 캠페인에 나섰고, 속옷 브랜드들이 내복 광고를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내복 판매율이 이전보다 늘어났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2002년엔 12월 15일엔 인사동에서 다양한 내복을 입고 내복 패션쇼를 했는데 녹색연합 홍보대사인 김미화 님이 사회를 보시고 당시 ‘빨간 내복’이라는 신곡을 발표한 가수 이문세 님이 오셔서 ‘빨간 내복’을 불러 현장이 순식간에 내복 콘서트장이 되었다. 아마 이문세 님의 가수 생활 중 처음이자 마지막인 캠페인 현장에서의 공연이 아니었을까?

겨울철 적정 실내 온도는 20℃다. 추운 겨울 실내 온도 20℃는 사실 내복 없이 지내기엔 조금 서늘한 온도다. 그러나 내복만 입는다면, 20℃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내 온도를 1℃만 낮춰도 난방비는 7%, 이산화탄소 배출은 10%나 줄일 수 있다. 기후 위기와 에너지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이라면, 당장 내복부터!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시간여행>은 과거로 거슬러가 언젠가 벌어졌던 환경문제를 다시 살펴봅니다. 어떤 문제는 해결되었고, 어떤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함께 차근차근 살펴나가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