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일 쓰레기 대란, 벌써 잊었나?
2018년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 같은 안내문이 대도시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함에 붙었다. ‘비닐배출금지’ ‘플라스틱 배출금지’
공동주택단지와 계약을 맺고 재활용품을 수거해가던 업체들이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수거해 가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를 식수로 마시고 비닐포장 된 물건을 비닐에 담아 사오고, 일주일에 몇 번은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사람이라면 며칠 만에 집안 분리 배출함을 가득 채우는 비닐과 플라스틱을 배출하지 말라고?
2018년 4월 1일 언론들은 대대적으로 이 일을 ‘쓰레기 대란’이라며 보도했는데, 대란은 하루 뒤 환경부와 재활용업체간의 조율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단 하루만 재활용품을 수거해가지 않으면 세상이 어떻게 발칵 뒤집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재활용업체가 비닐이나 혼합 플라스틱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한 배경엔 2017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가 있다. 재활용품을 내 놓으면 나라 안에서 어떻게 다 재활용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었고, 우리나라 역시 외국으로부터 폐지나 폐페트병을 수입해 오고 있다는 것도 크게 알려졌다. 2018년 4월 1일을 기점으로 쓰레기와 플라스틱, 일회용품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런 관심은 공공기관부터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카페 일회용컵 사용 금지, 비닐봉투 유료화, 재활용등급제 같은 ‘규제’가 부활하는데 힘을 실어줬다.
2018년 4월 쓰레기 대란이 있기 딱 10년 전인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수 년간 환경단체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온 쓰레기, 재활용, 일회용품 등에 관한 모든 규제들을 한 번에 풀어버렸다. 2008년 이전에는 장례식장에서도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고 숙박업소에서도 일회용품을 나눠줄 수 없었으며 대형 카페에서 컵을 돌려주면 50원을 돌려받았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고 10년 사이, 언제 어디서든 일회용품을 마음껏 사용해도 되는 문화가 퍼졌다.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시키고 플라스틱 빨대부터 일회용 면봉까지 금지시키는 나라들이 생기는 그 10년 사이 우리나라만 플라스틱을 마음껏 써도 되는 괜찮은 나라로 후퇴했다. 2018년 4월 1일을 기점으로 10년 사이의 후퇴가 바로 잡히는 듯 했다. 고작 4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도 벌써 잊어버린 걸까? 며칠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플라스틱생수병과 일회용 종이컵이 놓인 책상에서, 카페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미뤄야 한다고 발표했다. 다시 2008년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인가?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