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26일 바이낫씽데이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2003년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거리 캠페인

20세기의 마지막 해 1999년 11월 26일, 당시만 해도 쇼핑의 천국이라 불렸던 명동 한복판에서 “쇼핑을 중단하자! 아무 것도 사지 말자!” 외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Buy Nothing Day,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을 하고 있던 녹색연합.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배경
북미와 유럽 등에선 11월 말 추수감사절 이후부터 크리스마스와 새해까지가 대대적인 쇼핑시즌이다. 이 땐 가게마다 파격할인을 써 붙이며 소비하라고 부추기는데 캐나다의 한 광고업자 Ted Dave는 1992년에 바겐세일의 대명사 같은 블랙프라이데이를 반대로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로 정하자고 제안하였다. 하루라도 소비를 멈추고 끝없는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에 유혹되지 않으며 우리의 소비에 대해 돌아보자는 이 캠페인은 해마다 많은 나라의 시민들이 동참하는 캠페인으로 발전했고 우리나라에선 녹색연합이 1999년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1999년 11월 26일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에서 녹색연합은 건전하고 의식있는 소비를 위한 지침으로 ‘사기 전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직접 만들 수는 없는 지, 없어서는 안되는 건지를 생각해 볼 것’을 권했고 ‘사야 한다면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제품인지,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살 수는 없는지,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지, 더 나은 대안은 없는지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하였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은 이후에도 몇 년 동안 해마다 이어졌는데, 해마다 당시의 열광적인 소비 아이템을 정해 문제점들을 살펴보기도 했다. 젊은이들에까지 유행하던 모피패션이나 교체주기가 빠른 휴대폰, 스티커만 빼고 봉지 통째로 버려지는 빵 등이 거론되었다. 쇼핑카트를 밀며 거리를 행진하며 아무것도 살지 말자고 외치기도 했고, 캠페인 참여할 시민들을 모아 하루 동안 소비를 멈추는 챌린지를 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2003년 명동에서 진행한 캠페인 땐 마침 명동을 지나다 녹색연합의 캠페인을 보게 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석학 ‘피터싱어’가 즉석 연설을 하기도 했었다.

2022년 11월 26일, 하루라도 소비를 멈추고 우리의 소비를 되돌아보자. 단 하루 뿐인데도 불안함과 불편함을 많이 느꼈다면 이미 소비의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중. 벗어나는 길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날마다 더 연장하는 방법 밖에 없다. 대신 늘어난 하루만큼 환경도 지구도 살림살이도 나아질 것이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시간여행>은 과거로 거슬러가 언젠가 벌어졌던 환경문제를 다시 살펴봅니다. 어떤 문제는 해결되었고, 어떤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함께 차근차근 살펴나가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