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9월 16일 오존층보호의날

오존층 보호의 날을 기념하며

30여 년 전 1990년대엔 종종 ‘남극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같은 언론 기사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남극 상공을 보여주는 그래픽 이미지 자료엔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확연하게 커진 푸른색 구멍이 있었습니다. 그 구멍은 성층권의 오존이 희박해진 부분을 나타낸 것인데, 20세기 말 우리에게 닥칠 암울한 미래의 상징 같아 보였죠.

오존이란?
오존은 질소산화물이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자외선을 만나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입니다. 뜨거운 여름날 도시의 전광판에서 ‘오존주의보 발령’ 이 뜨는 걸 종종 보는데 이럴 땐 기관지가 약한 어린이나 노인, 천식 환자들은 실내에 머무르는 것이 좋습니다. 오존이 몸에 해롭기 때문이죠.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며 기온이 상승하는 요즘엔 오존의 위험도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로운 오존인데, 왜 보호하자고 했을까요?
지표면의 오존은 해롭지만, 대류권을 지나 성층권 중 상공 약 25km 사이에 얇게 분포한 오존층은 태양이 방출한 유해한 자외선을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오존층이 자외선을 막아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피부암, 백내장 같은 질병에 걸리고 동식물의 성장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현대를 ‘인류세’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지구위험 한계선’ 같은 개념을 만든 대기 과학자 ‘파울 크리춴’이 바로 1970년대에 오존층의 존재를 밝히고 염소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고 밝혀낸 분입니다. 이어 과학자 셔우드 롤런드, 마리오 몰리나는 염화불화탄소, 일명 프레온 가스의 염소가 오존층을 파괴한다고 발표합니다. 1985년 미국의 기상 위성이 남극의 오존층 상태를 측정한 값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시각화하자 ‘구멍이 뚫린’ 오존층이 나타났습니다. 세상이 오존층으로 술렁이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1930년대에 듀폰사가 개발하여 전 세계적으로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냉매, 스프레이의 추진제, 반도체의 세정제 등 다양한 산업에 넓게 쓰이던 물질인 프레온 가스는 이미 70년대에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 알려졌지만 80년대 중반까지도 산업계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협약 채택! 사람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유엔환경계획은 198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존층 보호를 위한 비엔나 협약’을 채택하고 이후 1987년 9월 16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오존층 파괴 물질에 대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합니다. 오는 9월 16일 ‘오존층 보호의 날’은 바로 몬트리올 의정서 채택을 기념하며 만든 날이죠. 몬트리올 의정서의 핵심적인 내용은 2000년까지 전 세계에서 프레온가스 같은 오존층 파괴 물질의 생산과 이용을 중단하자는 것입니다.

이후 사람들은 오존층 파괴를 걱정하며 당장 헤어스프레이부터 버렸고, 기업들은 대체 물질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2006년을 정점으로 남극의 오존층은 회복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몬트리올 의정서는 세계가 만든 환경협약 중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협약이라고 말합니다. 최근엔 몬트리올 의정서가 오존층을 보호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지구온난화도 늦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영국 랭커스터대 환경센터 연구팀은 오존층이 파괴되어 자외선이 더 유입되었다면 식물의 광합성 능력이 손상을 입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보다 10배 가량 늘어나 지구 기온이 0.5℃~1℃ 가량 더 상승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9월 16일 채택된 몬트리올 의정서는 세계가 협력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움직인다면 어떤 결과, 어떤 희망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9월 16일 오존층 보호의 날을 기념하는 까닭입니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시간여행>은 과거로 거슬러가 언젠가 벌어졌던 환경문제를 다시 살펴봅니다. 어떤 문제는 해결되었고, 어떤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함께 차근차근 살펴나가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