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유럽연합은 9월 16일부터 22일까지를 ‘유럽교통주간(European Mobility Week)’로 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교통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벌입니다.
1997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프랑스 라로셸, 영국 바스 등에서 조직된 자동차 없는 날 개최를 보며 당시 프랑스 환경부 장관 도미니크 부와네는 1998년 9월 22일 하루 동안 프랑스 모든 도시에서 자동차를 타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사람들에게 개인 차 대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걷기 등을 권하며 하룻동안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고 도시의 주요 구간은 업무용 차량 등을 제외하곤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내 차가 없는 도심에서’라는 슬로건으로 프랑스 35개 도시에서 치러진 이 캠페인으로 프랑스 파리에서만 하루 동안 교통량이 15%가량 줄었다고 합니다.
2000년부터 ‘차 없는 날’ 캠페인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조직하는 캠페인이 되었고 2002년부터는 한 주 동안 대기오염, 탄소배출, 에너지 절약, 보행권 등 지속가능한 교통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는 교통주간을 만들어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 주간에 참여한 도시들은 일 년에 며칠만의 캠페인이 되지 않도록 한 달에 한 번 또는 한 주에 한 번씩이라도 차 없는 날을 만드는 활동도 하고 보행자 전용 거리나 자전거 도로를 확대해 가는 노력을 계속합니다. 2022년의 유럽교통주간에는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51개국 2,989개 도시가 캠페인에 참여하였습니다.
2023년 올해 유럽교통주간의 슬로건은 ‘에너지 절약’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그동안 에너지를 러시아에 의존해 오던 많은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며 탈탄소, 탈핵 정책조차 흔들린 최근 몇 년간의 위기감이 에너지 문제 해결의 가장 바탕인 ‘에너지 절약’을 다시 슬로건으로 외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부터 환경부와 지자체가 주도하고 시민단체들도 함께 하며 9월 22일 차 없는 날 캠페인을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대중교통요금 인상이나 서울 신촌 차 없는 거리 중단 등을 보면 지자체가 그동안의 차 없는 날 캠페인이 정말 하루짜리 이벤트에 불과했던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대중교통요금을 물가와 적자 폭의 문제로만 고려하는 것은 기후위기시대에 걸맞은 교통정책이 아닙니다. 수도권 통행량을 10%만 줄여도 화력발전소 한 기를 멈출 수 있다고 하는데 더 많은 시민이 자기 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선택하도록 오히려 대중교통요금을 더 낮추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독일에선 지난 해 석달 동안 9유로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교통권을 발행하는 실험으로 독일 국민 60% 이상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였고 이 기간 동안 온실가스 180만톤이 덜 배출되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올해는 요금을 현실화해 49유로 티켓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1키로미터를 가는데 경유차나 휘발유차는 이산화탄소를 180g 정도 배출합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안이라고 하는 전기자동차 조차 167g을 배출합니다. 버스나 지하철같은 대중교통의 이산화탄소배출량은 60~70g으로 1/3이나 줄어듭니다. 기후위기시대 교통의 유일한 대안은 걷거나 자전거 타기 좋은 길을 만들고 대중교통이 도시의 기본 교통수단이 되게 하는 것이지, 또다른 개인용 자동차가 아님을 9월 22일 다시 생각해 봅니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