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비닐봉지, 몇 장이나 쓰나요? 7월 3일은 세계 비닐봉지 없는 날(International Plastic Bag Free Day)입니다.
이날은 쓰레기 소각을 반대하고 정의로운 쓰레기 정책을 촉구하는 국제단체인 가이아(GAIA:Global Alliance for Incinerator Alternatives)가 2010년부터 진행한 ‘The International Plastic Bag free world’ 캠페인의 하나로 시작되었습니다.
쓰레기 문제 중 가장 골칫거리인 플라스틱, 묻어도 태워도, 그대로 둬도 문제인 플라스틱.
그중 비닐봉지는 가볍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전 세계에서 해마다 5조 개가 넘는 어마어마한 양이 일회용으로 사용되고 버려집니다. 세계 인구를 80억 명으로 본다면 세계인 1명당 해마다 625장씩 사용하는 셈입니다. 물론 나라마다 사용량은 천차만별입니다. UNEP가 2020년 발간한 보고서 『일회용 비닐봉지 및 그 대안』을 보면 중국은 1인당 연간 1,000개, 스페인은 400개, 핀란드 100개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럼 우리는 비닐봉지를 얼마나 많이 사용할까요?
그린피스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닐봉지를 한 해 동안 1인당 460장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3년 뒤 2020년 기준 조사 결과가 얼마 전 발표되었습니다. 2019년 1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선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무상배포가 금지되었으니, 이후부터는 좀 줄어들지 않았을까 기대해 보았지만, 기대가 무색하게 연간 1인당 533개로 더 늘어났습니다. 큰 비닐봉지는 금지되었지만, 물품마다 따로 담는 롤 비닐이 마트 곳곳에 널려 있는 걸 보면, 코로나 이후 늘어난 배달 음식이 하나하나 다 비닐봉지에 담겨오는 걸 보면, 규제 예외인 시장에선 여전히 까만 비닐봉지가 흔한 걸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습니다.
코끼리 상아로 당구공을 만들던 시절 코끼리를 보호하기 위해 상아 대체품으로 플라스틱을 발명한 것처럼 비닐봉지도 처음엔 종이봉지용으로 벌목되는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발명되었고, 일회용품도 아니었습니다. 종이보다 질겨 오래 쓸 수 있었던 비닐봉지가 1980년대 미국의 대형슈퍼마켓에서 일회용으로 무상 배포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대부분 나라에서 비닐봉지는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아예 무단투기 되어 배수구를 막아 홍수 피해를 일으키거나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비닐봉지를 재활용품으로 분류해 고형연료를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방법을 ‘재활용’이라 부르지만 많은 나라들은 이 역시 ‘소각’으로 취급할 정도로 자원 순환의 관점에선 재활용과는 거리가 먼 방법입니다.
정답은 하나, 일회용 말고 다회용!
요즘은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지를 나눠주는 곳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지를 ‘일회용품’으로 대체한다면 상황에 따라 환경에 더 부담을 줄 수도 있습니다. 비닐이냐, 종이냐가 아니라 일회용이냐 다회용이냐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지구 상 어떤 물건이든 자원이든 한번 쓰고 버려도 될 만큼 하찮고 무해한 것은 없습니다.
보통 무슨무슨 날이라고 하면 ‘이 날만은’ 뭘 하고 실천하자는 말을 많이 하죠. 그러나 비닐봉지 없는(안 쓰는)날만큼은 그렇게 권할 수가 없습니다. 이 날부터 앞으로 계속, 일회용 비닐봉지를 멀리하시길 권합니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