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채식인의 날과 농장동물의 날
10월 1일은 국제채식주의 연맹(IVU, International Vegeterian Union)이 기념하는 ‘세계 채식인의 날’(World Vegetarian Day)입니다. 오랫동안 채식이 건강이나 종교, 동물권 등의 이유로 선택되었다면 요즘은 채식을 하는 베지테리언으로, 음식 뿐 아니라 동물에서 얻는 여타의 생필품도 취하지 않는 생활 방식을 지향하는 비건(Vegan)으로 사는 것이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선택해야 할 삶의 방식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세계식량기구는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약 71억tCO2eq, 전체 배출량의 14.5%라고 말합니다. 이 양은 자동차, 비행기, 선박 등 모든 교통수단이 내뿜는 80억tCO2eq양에 거의 달하는 양입니다.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60%는 소를 키울 때 발생합니다. 소는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을 배출하기 때문이지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 양은 적지만 지구온난화지수는 100년 기준일 때 25내외, 20년 기준일 때 80에 이르는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한 영화에서 이산화탄소를 채운 상자 속 얼음과 메탄을 채운 상자 속 얼음이 녹는 걸 비교했는데 메탄 상자 속 공이 빠르게 녹아내리는 걸 보면서 그 위력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죠.
소는 위 속의 미생물이 섬유소를 분해해 소화되는데, 이때 나온 이산화탄소와 수소가 반응하여 메탄이 됩니다. 이 메탄은 소가 트림을 할 때마다 공기 중으로 나옵니다. 겨우 소의 트림이 문제일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IPCC에 따르면 소 한 마리가 내뿜는 메탄이 1년에 약 1600Kg(이산화탄소 환산양)인데 이 양은 2019년 기준 우리나라 1인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1,930kg의 13.4%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소는 비행기도 안 타고, 에어컨도 안 틀고 새 옷도 안 사 입는데, 기후위기의 범인이 되버리다니, 소로서는 억울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문제는 소를 너무 많이 키워 잡아먹는 우리가 문제지요.
1980년에 세계의 소 사육 수는 약 12.2억 마리였는데 2020년엔 15.2억 마리로 1.25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이 중 아마존이 있는 브라질은 1980엔 1.1억 마리였는데 2020년엔 2.2억 마리로 2배가 늘어났습니다. 두 배로 늘어나 소 사육 수만큼 아마존 열대우림이 불탔으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편 메탄은 배출량의 50% 정도가 100년이 넘도록 대기 중에 남은 이산화탄소와 달리 대기 중에서 10년 정도 지나면 사라지는 온실가스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가장 빠르게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는 온실가스이기도 합니다. 그럼 방법은 뭘까요? 답이 나왔지요? 바로 소를 줄이는 것, 육류소비를 줄이는 겁니다.
채식주의자의 날 10월 1일이 지나면 다음 날 10월 2일은 농장동물의 날입니다. 10월 2일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채식주의자라 할만한 ‘마하트마 간디’가 태어난 날입니다. 간디의 생일날에 농장동물을 생각하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간디는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이 어떤 대우를 받는 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지요.
10월 1일 기후위기를 막는 대안으로 채식을 생각했다면, 10월 2일엔 상상할 수도 없는 환경과 방법으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생산하는 공장식 축산 현실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나아가 동물권, 생명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이어나가고 비건에 한 발 더 다가간 생활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