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 14일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

2000년 7월 14일, 미군 독극물 한강방류 사건이 폭로되다.

2000년 7월 14일 아침. 좁은 녹색연합의 회의실엔 우리나라 대부분 언론사가 카메라를 들고 몰려들었다. 철저하게 감춰져 왔던 미군기지 안의 환경오염 현장이 세상에 공개된다는 보도자료를 받고 몰려든 기자들은 기자회견 제목인 ‘미8군 독극물 한강 방류 사건’을 보고 독극물의 정체와 사건의 사실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사건 현장이 담긴 사진과 사건에 쓰인 독극물 ‘포름알데히드’가 담긴 독극물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 2월 9일 미8군 영안실에선 영안실 부책임자 맥팔랜드가 군무원에게 포름알데히드와 메탄올이 섞인 시체방부제 처리 용액 480병을 먼지가 쌓였다는 이유로 한강으로 연결된 싱크대에 부어 버리라는 명령을 내린다. 군무원은 이 용액이 암과 출산 장애를 일으키는 독극물이고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며 거절했지만, 맥팔랜드는 명령을 수행하길 욕설로 종용했다. 이 군무원은 명령을 수행한 뒤 두통과 메스꺼움으로 3주의 병가를 내야 했고, 병가를 내기 위해 미8군 34사령부에 이 일을 진술하였지만 미 사령부는 ‘물에 희석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당시 기지 안에서 용역을 수행하던 한국인 작업자들에게까지 이 사건이 알려졌는데, 작업자들은 서울 시민의 먹는 물인 한강에 독극물을 방류하고도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미군의 태도에 격분하여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를 다루고 있던 녹색연합에 사건을 제보한 것이다.

당시 사건 현장까지 그대로 찍힌 사진과 선명한 위험표시로 독극물임을 나타내고 있는 방부제를 공개한 기자회견 이후 미군의 사과와 재발 방지, 책임자 처벌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한 이후 처음으로 미8군 사령관 다니엘 페트로스키가 독극물 무단 방류를 고개를 숙이며 공식으로 사과했고 이어 미 대사관도 사과했다. 녹색연합은 독극물 방류를 지시한 맥팔랜드를 검찰에 고발했고 5년 동안의 공방 끝에 맥팔랜드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한국 법정에서 선고받았다. 또한 제정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던 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 작업이 착수되었고 환경조항이 신설되었다. 그리고 이후 이 사건은 영화 ‘괴물’의 모티브가 된다.

영화 <괴물>은 독극물 방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미군기지는 과거에도 지금도 환경오염의 성역 같은 곳이다. 내부에서 벌어진 많은 환경오염사건의 실체가 전혀 알려지지 않고 다만 기지 밖까지 오염된 흙과 물을 통해서만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했을 뿐이었다.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있던 기지 내부의 실상을 세상에 알린 이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수많은 미군기지 환경오염 사건들이 증거 없으므로 묻혀 버렸을지도 모른다. 2000년 용기를 내준 그들에게 감사드린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시간여행>은 과거로 거슬러가 언젠가 벌어졌던 환경문제를 다시 살펴봅니다. 어떤 문제는 해결되었고, 어떤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함께 차근차근 살펴나가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