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2월 19일 – 세계 고래의 날

지금 이곳에서 기념하는 고래의 날

2월 셋째 주 일요일 2월 19일은 세계 고래의 날입니다. 1980년 하와이의 ‘태평양고래재단’이 혹등고래의 멸종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해 만든 날이죠.
혹등고래는 여름엔 수온이 낮은 극지방에서 머물고 겨울이 되면 적도 부근으로 이동하여 새끼를 낳는, 지구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물입니다. 태평양의 하와이 사람들에게 2월은 다시 바다로 돌아온 혹등고래를 자주 만날 수 있는 달이죠.

길이가 10미터가 넘고 3~40톤이 넘는 대형고래이지만 바닷가를 천천히 유영하는 혹등고래는 온순한 특성 때문에 상업 포경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되어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해마다 다시 찾아오던 혹등고래의 수가 줄고 돌아온 혹등고래는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던 1980년 당시 고래의 날을 만들며 혹등고래를 지키려 나선 이들이 있다는 건, 그만큼 혹등고래가 처했던 상황이 심각했음을 말해줍니다. 다행히 1986년 국제포경협회가 포경 금지를 선언하며 혹등고래는 멸종위기 상황에선 벗어나 지금은 북태평양에서 약 2천 마리가 정도가 관찰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상업 포경이 중단되었다고 해서 고래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바다의 모든 생명을 위협하는 바다 쓰레기와 해수 온도 상승과 산성화 같은 문제들이 상업 포경만큼이나 고래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죠.

혹등고래, 아주 낯설지 않죠? 지난해 전 국민이 사랑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순위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바다 위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솟아오르는 장면의, 큰 회의실에 있던 사진 속의, 건물 창밖으로 천천히 지나가던 바로 그 고래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혹등고래를 뉴스에서 또 한 번 만났습니다. 🔊🐋고래의노래 듣기

지난 1월 🗞속초 앞바다에서 혹등고래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기사입니다. 길이 7.3m, 무게 6톤의 거대한 동물이 피를 흘리며 어판장의 시멘트 바닥에 있는 모습이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북극을 떠나 하와이로 가던 긴 여행 도중 왜 동해 앞바다로 오게 되었을지, 혹시나 바다의 쓰레기들 때문에 죽음을 맞은 건 아닌지 여러 생각이 오갔습니다.

고래를 위한 행동

고래의 날 즈음에 하와이 마우이섬에선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섬 전역으로 흩어져 고래를 관찰하며 개체수를 파악하는 조사 활동을 벌이고 2월 19일 고래의 날에 종일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비록 하와이 마우이엔 가지 못하더라도 지금 있는 바로 이곳에서 우리는 고래의 날을 기념할 수 있습니다. 1️⃣강으로 바다로 이어지는 거리의 빗물받이에 쓰레기(특히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고 쓰레기를 줍는 일, 2️⃣고래의 먹이가 되는 크릴새우를 원료로 하는 제품들을 사용하지 않는 일, 3️⃣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여러 행동에 나서는 일 모두가 지금 여기에서 고래의 날을 기념하는 일입니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시간여행>은 과거로 거슬러가 언젠가 벌어졌던 환경문제를 다시 살펴봅니다. 어떤 문제는 해결되었고, 어떤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함께 차근차근 살펴나가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