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북극곰의 날’
이 중에서 해양포유류가 아닌 동물은?
1) 고래 2) 물범 3) 바다코끼리 4) 북극곰
정답은 ‘없다’ 입니다.
일생을 북극 바다에서 보내며 먹이활동을 하는 북극곰은 해양포유류로 분류됩니다. 북극곰의 라틴어 이름 Ursus maritimus는 ‘바다곰’이라는 뜻이죠. 다른 해양 포유동물들처럼 바닷속에서 사는 건 아니죠. 북극곰의 서식지는 해빙 위입니다. 해빙 위로 올라오는 물범이나 물개를 먹고 살죠. 기후 위기로 해빙이 빠르게 사라지는 지금, 수영을 잘한다 해도 사냥을 하러 바닷속으로 들어갈 순 없는 북극곰은 굶주리고 있습니다.
굶주린 북극곰은 얼지 않는 바다를 뒤로 하고 육지를 향해 이동합니다. 쓰레기장을 뒤지고,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이 잦고 있습니다.
더 추운 곳을 향해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는 북극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동하는 것은 북극곰뿐만이 아닙니다. 북극여우, 사향소, 순록, 알래스카불곰 같은 극지방 동물들도 모두 더 추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가장 추운 곳을 향해 동물들이 몰려 들어 동물들의 공간이 서로 겹치며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사는 곳이 달랐던 알래스카불곰과 북극곰 사이에서 태어난 하이브리드 베어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자들은 결국 북극엔 북극곰의 유전자를 일부 가진 알래스카불곰만 남고 북극곰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마치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 인류 호모사피엔스에 일부 남은 것처럼요.
2월 27일은 북극곰의 날입니다.
북극곰은 1월에 눈 아래 숨겨진 굴속에서 새끼를 낳고 봄이 올 때까지 굴속에서만 생활합니다. 이 기간에 어미 곰은 거의 먹지 않고 체지방으로만 몇 달을 버팁니다. 2월 27일, 겨울이 끝나가는 이즈음 여전히 굴속에서 굶주리면서도 새끼를 돌보는 엄마 곰을 위해, 생의 첫해를 무사히 넘겨야 할 아기곰을 위해, 🔗폴라베어인터내셔널(Polat Bears International)은 ‘북극곰의 날’을 만들어 북극곰 가족을 위한 여러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캠페인은 북극의 눈과 얼음이 녹지 않도록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겁니다.
기후위기의 상징처럼 ‘북극곰’에 대해 이야기만 하지 말고, 굴속에서 겨울을 난 북극곰 가족이 무사히 해빙 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할 때입니다.
글.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
(참고 : 『피난하는 자연』, 벤야민 폰 브라켈 지음, 조연주 옮김, 양철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