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속 개체가 나와 연결 되는 순간

지난 2022년 11월 12일, 야생동물탐사단 12기는 강원도 삼척시 덕풍계곡으로 향했습니다. 그 곳에는 산양, 담비, 삵등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이자 올 봄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로 살 곳을 잃은 야생동물들이 불을 피해 이동한 곳이기도 합니다. 겨울을 앞둔 동물의 모습을 기록하는 활동에 기꺼이 함께 해준 야탐단. 그날의 이야기를 참가자의 후기로 함께 볼까요?

 

1.

야생동물탐사단에 참가하기 위해 학교를 나서는 길, 체육복을 입은 채로 달려 나와 배웅해주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청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삼척으로 향하는 일정이었습니다. 한참을 걸려 도착한 덕풍계곡은 정말 근사했어요. 사방이 모두 산으로 둘러 쌓인 곳, 투명하고 순수한 계곡물 따라 낙엽이 휘날리고 저는 넋이 나간 채 서있었습니다.

 조사방법을 교육 받고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숲으로 향했어요. 이 숲은 지난 3월 울진산불로 서식지를 잃은 동물들이 불을 피해 도망 온 곳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바다를 좋아하지 숲과 나무는 지루하고 어두운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조사를 하며 숲 구석구석을 관찰해보니 내가 뗀 걸음 위로 뛰어놀고 잠을 잤을 동물들이 그려지면서 숲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산에 오르기 시작한지 20분만에 첫 흔적을 발견했어요. 멸종위기2급 삵의 똥이었습니다. 불을 피해 살던 곳을 떠나면서 동물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상상해보았어요. 우리의 행복과 그들의 행복이 다른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쉬는 시간, 동물처럼 숲 감각하기 프로그램을 함께 했어요. 손바닥으로 사슴의 귀를 만들어 숲의 소리를 들어보았던 순간, 정적 속에서 새근새근 숲이 숨 쉬는 소리와 저 멀리 작은 소리까지 들려왔어요.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는 그들의 세상이 무수히 많겠구나, 라고 생각 했습니다. 마지막 날 함께한 지구시간 걷기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특히 바다에서 가장 먼저 육지로 올라온 지의류가 기억에 남아요. 제 옆에 놓인 돌의 얼룩 같은 작은 존재가 수억 년 전 최초로 육지에 올라온 식물이라는 사실이 경이로웠습니다.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3일 동안 함께 활동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환경문제를 공부할 때 외로운 시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환히 웃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오늘을 웃으며 살아내고 내일이 설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연대의 힘을, 사랑의 힘을 믿으니까요! 

글 | 12기 야생동물탐사단 우다솔님 

 


2.

산과 동물이라는 키워드에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한 야생동물 탐사단. 몇 번 가본 적 없는 머나먼 곳의 산지에서 야생동물의 흔적을 좇고 나의 발자취도 남겨 본 이틀은 그야말로 자연의 품에 안긴듯한 시간이었다. 최소한의 육식과 쓰레기를 지양하며 산장과 야영지에서 머무는 동안 도시를 벗어난 기분에 마음이 편안했다.

첫째 날 도착 후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곧바로 탐사를 시작했다. 늦가을에 접어들어 발에 채이는 낙엽 사이에서도 고라니, 산양, 노루, 삵의 분변자리와 뿔질 흔적을 꽤 발견할 수 있었다. 분변자리가 크고 많으면 괜히 신이 났다. 관찰을 더해갈수록 어느 동물의 똥인지 정답을 맞추는 확률이 높아졌다. 멸종위기2급 하늘다람쥐의 흔적을 찾고 싶어 나무 기둥마다 살폈는데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활동을 마치고 나서야 말이지만 나에게 ‘야생동물’은 환상의 동물과 비슷한 개념이었던 것 같다. 알고는 있지만 보거나 들은 적이 없는. 산행을 즐기고 동물을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들어선 야생동물의 세계가 두 발로 그들의 흔적을 좇는 동안 구체화되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굳기와 색깔이 다른 똥들은 그들의 실체를 여실히 느끼게 해 주었고, 탐사 중 수거해 온 트레일 캠 속 동물들의 생생한 모습은 ‘정말 있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감상을 불러 일으켰다.

꼬리를 들고 천천히 배변하는 산양, 하트 모양 엉덩이를 씰룩이며 걸어 올라가는 노루, 코를 맞대고 노니는 담비 두 마리… 귀여운 이미지의 형태로 인식하던 그들이 당연하게도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생명체라는 사실과 그들의 서식지와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지금 여기 내가 와있구나 하는 깨달음.

카메라에 다양하게 찍힌 산양의 모습에 어느덧 무심해질 즈음 ‘산양이 멸종위기종’이라는 활동가분들의 말을 듣고 산불로, 개발로 터전을 빼앗기는 야생동물들을 생각해 보았다. 평소 길냥이들을 보며 느끼던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수많은 야생동물에게로 확대되었다. 인간이라는 자체로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일이 요즘 더러 있는데 그러한 부채감과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을 둘째 날 프로그램인 ‘지구 시간 걷기’룰 통해 한번 더 환기할 수 있었다.

지구의 시간을 키로 수로 환산해 4.6km를 걸으며 비가 섞인 축축한 공기, 나무와 풀 냄새, 다양한 질감의 흙을 감각하는 동시에 지구의 생애를 돌아보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우리 인간의 역사가 기나긴 4.6km 중 마지막 1m 가량이라는 것이 직관적으로 체감되었다. 생명체의 멸종과 탄생을 반복해온 지구의 생애를 보면 알 수 있듯 인간은 수많은 생명체의 진화의 결과가 아닌, 그저 하나의 종에 지나지 않는다는 활동가분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기후위기라는 또 한번의 지구상의 분기점을 앞두고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라는 물음도…

활동가분들을 비롯해 이틀 간 함께한 참가자분들 덕에 더욱 좋은 활동이 되었던 것 같다. 각자가 가진 지구 환경과 동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마음껏 표출하고 나눴다. 대학원에서 수달을 연구중인 참가자분과 동물 관련 학과 진학을 꿈꾸는 고등학생 참가자분이 진로 고민을 나누던 모습이나, 카메라에 동물의 모습이 비칠때마다 크게 환호하던 어린이 가족 참가자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희망적인 생각을 해 본다.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과 생명체를 향한 존중이 야생동물 탐사단으로부터 널리 퍼져나가면 좋겠다.

글 | 12기 야생동물탐사단 주향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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