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 보전 및 생명권 보장]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 방사장의 곰. 야생동물통제구역 스틸컷
이 땅에는 두 종류의 곰이 살아갑니다. 철창에서 사육되는 곰과 지리산에서 키워지는 곰입니다. 철창과 지리산이라니, 언뜻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 인간의 간섭 속에 살아가며 그어놓은 경계까지가 그들 세상의 전부입니다.
2026년, 드디어 곰의 사육과 소유, 증식과 웅담 채취가 전면 금지되는 해입니다.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2025년 한 해 동안 후원자들의 힘으로 동치미, 태근이, 청심이, 만복이, 루이, 녹색, 희망을 철창 밖으로 꺼내며 남은 곰들에게도 다른 세상을 소개해 줄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반쪽짜리 성공입니다. 정부는 남은 곰들이 최대한 매입·보호될 수 있도록 농가의 곰 사육 금지 규정에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두었습니다. 11곳의 농가에는 199명(命)의 곰이 있지만, 모든 곰을 보호할 시설은 아직 없습니다.
지리산 곰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04년 시작된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은 2018년에 ‘최소존속개체군’ 50명을 웃도는 수를 조기 달성하며 성공리에 복원된 듯 보였습니다. 이것은 곧 서식지 포화 상태라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은 반달가슴곰과 같이 활동 영역이 넓은 대형 포유류가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서식지 확보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백두대간을 따라 연결되어야 할 지리산은 섬처럼 고립되어 있고, 산악형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152개의 조각으로 잘게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이런 지리산에 100명 넘는 반달가슴곰이 살아가고 있으니, 지리산 밖에서 반달가슴곰을 마주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일 겁니다.
두 곰의 기구한 운명은 모두 인간의 욕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해수구제사업과 웅담을 노린 밀렵으로 인해 야생의 곰이 자취를 감추니 정부는 경제성은 높고 관리는 쉽다며 곰의 사육을 장려합니다. 머지않아 국제적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곰의 수입과 수출은 금지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웅담 채취는 합법인 사육곰의 황당한 처지와 별개로 한쪽에서는 절멸의 위기에 처한 반달가슴곰을 더 늦기 전에 복원하겠다고 나섭니다. 사실 2004년 토종 반달가슴곰과 동일한 유전자의 곰을 방사하기 이전인 2001년, 지리산에 시험 방사된 건 어린 사육곰 4명이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녹색연합은 멸종위기에 처한 반달가슴곰의 서식 실태를 조사하고 국제 심포지엄과 토론회,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펼쳤으며, 2000년대 초에는 웅담채취용 사육곰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렸습니다. 2025년, 사육곰 구출을 위해 대대적인 모금 프로젝트 ‘곰 이삿짐 센터’를 진행했고, 수도산으로 향했던 곰 ‘오삼’의 궤적을 좇아 만든 다큐멘터리 <야생동물 통제구역>을 통해 야생동물과 공존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이제는 질문에서 그치지 않고, 역할 있는 자들이 책임을 다하게 만들겠습니다.

녹색연합이 마지막으로 구출한 사육곰이 카메라를 빤히 응시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철창에 남아있는 곰들이 땅에 발 디딜 수 있도록 보금자리를 찾아주고 지리산의 곰들이 경계를 넘어 우리 마음속에 안착하는 날까지,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녹색연합은 그들 곁에 있겠습니다.
본부 자연생태팀 서해 활동가
◊ 활동가 한마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망치지 맙시다. 한발 물러나 그대로를 지켜봐 줍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