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않았던 바다, 상괭이를 찾아서

[해양⋅육상 생태계 보전]

“생명을 고려하지 않은 해상 풍력, 그 입지 선정은 정당한가?”
제주도 북쪽 추자군도와 사수도 일대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조 원 규모의 거대 개발 앞에서 정보 공개, 공공성, 생태 수용성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입니다.

파란은 2024년 11월부터 ‘상괭이편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바다 생태계가 배제되지 않도록, 멸종위기종 상괭이의 존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해양다큐제작팀 돌핀맨,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파란의 시민과학자들과 ‘상괭이편 TF’를 구성하고, 총 12회에 걸쳐 정기 항해를 진행했습니다. 누적 조사 항해 거리는 2,400km 이상에 달했고, 매월 2~3일씩 하루 8시간, 10노트 이하의 선박 속도로 항로를 반복하며 전방 180°를 조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겨울철 추자군도와 사수도 사이 해역에서 상괭이의 출현을 다수 확인했고, 어미와 새끼 개체가 함께 나타나는 모습, 섭식 활동 등 서식지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이터도 확보했습니다. 봄과 여름에는 상괭이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관찰되어 계절별 서식지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관찰 기록 대장과 항해일지를 작성하고 상괭이의 출현 위치·개체 수·행동·환경조건을 사진과 드론 영상으로 기록하였습니다.

 

2025년 6월 새벽, 정기조사를 앞둔 상괭이편 활동가들의 모습

 

“우리가 바다에서 본 토종 돌고래 상괭이에 대해 왜 어떤 기록도 없을까?”, “조사는 나중, 입지 선정 먼저. 이게 맞는 순서일까?”,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멸종위기종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해상풍력 입지 선정 전에 해양포유류와 법정보호종의 생태 조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며, 시민·연구자·정책기관이 함께 검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공공성은 단순한 수익 배분을 넘어 생물다양성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지속가능성을 포함해야 합니다. 제주도는 ‘해상풍력 공유화 기금’을 통해 사업자의 매출액 7%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제도적 실험을 하고 있지만, 진정한 공공성은 경제적 환원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바다 생명과 기후위기를 함께 고려하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추자도의 바람이 모두의 것인 만큼, 그 바다 또한 모두의 생명입니다. 기록되지 않았던 상괭이를 찾아 나선 우리의 2,400km 항해는, 해양생태계를 고려한 재생에너지 전환의 길을 열고자 합니다. 상괭이의 존재를 알리고 그 목소리를 전하는 일, 새해에도 ‘상괭이편’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해양과학시민센터 파란 신수연 센터장

 

◊ 활동가 한마디

기후생태 위기의 신호들 사이에서 바다를 위한 변화의 물결을 더 깊이 더 멀리 만들려 합니다. 다정한 말 걸기와 과감한 발 걸기,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