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핵발전소 문 닫는 대만, 핵발전소 더 늘리려는 한국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

2025년 5월,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대만에서 열린 2025 반핵아시아포럼(No Nukes Asia Forum, NNAF)에 참가하며, 대만의 마지막 핵발전소인 마안산 2호기가 공식적으로 폐쇄되는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 현장에서 탈핵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한 사회 안에서 실제 정책결정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만의 모든 핵발전소 폐쇄 결정은 단순한 발전 설비 중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는 오랜 시간 축적된 민주화 운동의 흐름과 결합된 탈핵운동이 정책으로 구현된 결과입니다. 2016년 출범한 차이잉원 정부는 ‘비핵가원(非核家園, 핵발전소 없는 국가)’을 선언하며 2025년 탈핵을 국가 목표로 제시했고, 그 계획이 실제 정책으로 실현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핵발전의 안전성 문제와 핵폐기물 처리의 불확실성,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이 감당해 온 위험이 지속적으로 공론화되며 제도적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대만에서 핵발전소 가동이 중단되었다고 해서 탈핵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폐로 과정과 핵폐기물 관리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찬핵 진영의 반발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쟁점들이 일부 전문가나 산업계, 정부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대만사회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할 공적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큽니다.

이러한 대만의 핵발전 정책 흐름은 현재 한국의 핵발전 정책과 뚜렷한 대비를 이룹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설계수명이 만료된 부산 고리 핵발전소 2호기에 대해 수명연장을 승인했으며, 앞으로도 총 9기의 노후 핵발전소가 추가로 수명연장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민과 지역사회의 참여를 포함한 사회적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핵발전 업계를 대변하는 일부 전문가와 관료 중심의 형식적인 심사 절차만 진행되었습니다.

 

대선시기 이재명 후보 선거 캠프에 탈핵 정책을 제안하는 해바라기 퍼포먼스

 

정부는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에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 대응과 전력 수요 증가를 이유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해야 하는 이유와 대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최근 정부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공론화 절차로 포장하며 이미 정해진 정책 결정을 정당화하려 합니다. 핵발전 정책 결정의 책임과 후과를 시민에게 전가하겠다는 겁니다. 

대만 사회가 견지해 온 탈핵의 원칙은 단순한 해외 사례가 아니라, 한국 탈핵의 중요한 좌표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의 상황은 그다지 밝지는 않지만 우리가 나아갈 길만큼은 분명합니다. 그 과정에서 25년 한 해 동안 녹색연합은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탈핵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알려왔습니다. 아울러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꾸준히 공동행동을 이어왔습니다. 여전히 26년의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녹색연합의 역할이 무엇인지 더욱 뚜렷해집니다. 안전하고 민주적인 탈핵사회,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겠지요.

본부 기후에너지팀 박수홍 활동가

 

◊ 활동가 한마디

AI를 둘러싼 기술문명이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을지 막연히 묻기보다, 핵발전소 없는 안전한 사회와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세상을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