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충돌 현장 시민이 살핀다, 모니터링과 민원 제기

[시민의 힘]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길가다 머리를 부딪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요. 밥 먹으러 가던 길일 수도 있고, 잠깐 쉬러 가던 길일 수도 있어요.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이는 실제로 많은 새들이 처해 있는 현실입니다. 반짝반짝한 유리가 하늘을 반사할 때, 새들은 유리벽이 아닌 ‘길’이 있다고 인식하거든요. 날아가던 그대로 부딪혀 죽거나 치명상을 입는 새들. 그 수만 매해 800만 명(命)입니다.

녹색연합은 2019년에 이 문제를 접한 이후 매년 시민들과 함께 새 친구 캠페인을 진행해 왔습니다. 시민의 노력 덕분에, 2023년부터 적어도 국가기관은 새 충돌을 최소화하도록 인공구조물을 설치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그 대상은 어떤 곳들일까요? 도로 방음벽과 지하철역 쉘터, 버스정류장, 유리난간, 유리창이 빼곡한 건물까지. 둘러보면 수없이 많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방치되어 있습니다. 

법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새를 구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헛되이 죽어가는 새의 존재를 알리고, 구하라는 목소리를 어떻게 낼 수 있을까요? 그 고민으로 새벽액션단을 모집했습니다. 전국에서 새를 지키려는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20여 명의 새벽액션단은 새 충돌 현황을 알아보고, 새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민원 제기법도 배웠습니다. 탐조로 살아 있는 새를 보며 감탄하고, 벽 앞에서 죽은 새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새충돌이 심각한 곳은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유리창 새충돌 모니터링에 앞서 새벽액션단 참가자들이 창경궁에서 새를 관찰하고 있다.

 

민원은 어렵지 않지만 그리 간단하지도 않습니다. 담당자가 관련 내용을 모를 경우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서요. 알더라도 예산을 방패 삼거나 검토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받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조치 방법과 법적 의무, 심각성 등을 꼼꼼히 담아 민원을 제기합니다. 새벽액션단은 발로 뛰며 80회 이상 모니터링하고, 15곳에 따로 또 같이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 행정 편의상의 답변도 있었지만, 이후 긍정적 조치를 계획한 곳 역시 확인했습니다.

법이 바뀌고 실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한 명의 새를 더 살리고자 새벽액션단은 기록하고 요구했습니다. 새를 구하겠다는 다짐과 믿음으로 모인 많은 분들이 활동 후에도 액션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이 목소리에 힘입어 녹색연합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하고, 덧 없는 죽음이 끝날 때까지요. 이 길에 여러분도 함께 해주세요.

본부 이음팀 변인희 활동가

 

◊ 활동가 한마디

지하철역에서 충돌흔을 다수 발견한 날이 기억납니다. 살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인간의 자리가 늘어나는 지금, 다른 생명과도 공존하고 자리를 내어줄 수 있도록 더 고민하고 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