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생활환경 조성]
다크투어는 전쟁, 집단학살, 재난 같은 참혹한 역사 현장에서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을 뜻합니다. 많은 분에게 곧바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그리고 제주 4.3 같은 사건과 장소들이 떠오를지 모르겠습니다. 오랫동안 저 역시 그랬지만, 녹색연합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용산’이라는 지명도 그 앞에 놓게 되었습니다. 시민의 일상과 가까운 곳, 용산 한복판에 놓인 여의도 면적만 한 미군기지에서 심각한 오염문제들이 발생해왔기 때문입니다.
2025년 진행한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 다크투어’는 미군이 오염시킨 땅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지 알기 위해 나선 걸음이었습니다. 시작점인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을 비롯해 숙대입구역 일대에는 사각형의 회색 철제 구조물이 심심치 않게 놓여 있습니다. 각각 2001년, 2006년에 용산 미군기지로부터 흘러나온 대량의 유류 유출로 지하수가 크게 오염되는 바람에 설치한 집수정들입니다. 애초 미군기지 내부의 오염원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정화’가 아닌 집수를 통해 관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용산기지를 에워싼 담벼락 길을 지나, 마지막으로 도착한 장소는 ‘용산 어린이정원’입니다. 이곳은 2022년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윤석열이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일부 부지에 조성한 공간입니다. 시민이 쉴 수 있는 휴식처를 만드는 건 좋지만, 문제는 심각한 오염물질이 검출됐음에도 아무런 정화 없이 임시 저감 조치만 거친 채 개방했다는 데 있습니다. 다크투어 참가자들은 정부가 오염 공간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상식을 저버리고, 오히려 위험으로 끌어들인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한편, 여름에 용산을 함께 걸었던 오키나와 국제대학의 스나가와 카오리 교수와 학생들은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첫 방문에도 미군이 남기고 간 오염현장, 그리고 옛 기지촌의 흔적에 그들은 어딘가 익숙해 보였습니다. 대학 도서관에서도, 식당에서도 헬기 소리가 들려오는 오키나와 역시 오랫동안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에 앓아왔기 때문입니다. 처음 투어를 기획한 것은 참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였지만, 변화는 참여자뿐만 아니라 그들과 감응하며 함께 걸었던 저에게도 일어났습니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용산 어린이정원이 변함없이 개방되고 있지만, 활동을 통해 함께 변화해 온 ‘우리’가 있기에 손을 맞잡고 감시와 견제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용산 다크투어에 함께 한 오키나와 국제대학 참가단
본부 그린프로젝트팀 박상욱 활동가
◊ 활동가 한마디
처음 신입으로 들어와 3년 동안, 용산기지 오염정화 의제를 맡으며 소중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만나고 교류한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