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

제주 남방큰돌고래, 긴 부리를 가진 날씬한 몸으로 수면 위에 뛰어올랐다.
2019년 코로나가 한창일 때 유엔에서 세계사적 위기를 쓰나미로 비유했습니다. 가장 큰 파도는 생물다양성 위기, 다음은 기후 위기, 경제(불평등) 위기, 코로나 위기 순입니다. 파도의 크기는 위험의 강도를 표현할 뿐 우선순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과 비인간, 현세대와 미래세대, 세대 내의 불평등과 보건 문제는 동시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후악당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 보급은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입니다.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법)은 해상풍력의 무분별한 건설을 방지하고 체계적인 해상풍력 보급을 위해서 도입한 ‘계획입지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정부가, 바람세기(풍황), 생물다양성과 국가유산 보호, 어업권 등의 정보망을 구축해 환경성조사 등을 통해 예비지구를 설정하고 기본설계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민 등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예비지구 내에 발전지구를 지정하고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자가 실시설계와 환경성평가(해양이용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을 하는 것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기후환경단체는 해상풍력뿐만 아니라 육상풍력과 태양광 등에도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해서, 농어민의 생존권, 야생동식물과 철새 그리고 바다생태계를 파괴하는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난개발이 대부분 끝난 뒤지만, 기후환경단체의 주장을 수용한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악마는 디테일에 숨는다는 것입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환경성평가 완화, 국가유산 및 안전성 심사 완화,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문제 등이 크게 보입니다. 특히 서해안을 따라 날아가는 철새와 연안을 거슬러 이동하는 해양 포유류, 저서생물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합니다. 기업들이 해상풍력 실시 설계단계에서, 구체적인 지점에 대한 환경성평가를 통해서 환경파괴 저감방안을 마련하고, 장기 모니터링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해상풍력법 시행령에서는 기업들이 정부가 대략적으로 진행한 조사로 대신할 수 있는 조항을 숨겨놨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들이 육상풍력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연구자들은 등지느러미의 상처와 모습으로 개체를 식별한다.
해상풍력법이 시행되기까지 2개월 남짓 남았습니다. 이 기간에 독소조항인 환경성평가 등을 보완하면 부족하지만, 유엔에서 말하는 세계사적 위기인 생물다양성 위기와 기후 위기 등을 함께 해결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늦었지만 늦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종에 지나지 않은 인간의 열 걸음 대신, 수백만 종 생물들과 한 걸음을 걷는다면 늦은 것이 아닙니다. 수백만 종과 함께하는 첫걸음일지 모릅니다.
본부 기후에너지팀 박항주 전문위원
◊ 활동가 한마디
비 오는 날 진흙길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미지의 생태계를 이용할 때 말입니다. 어릴 적 농사짓던 큰어머니가 땅속에 지렁이가 있기 때문에 뜨거운 허드렛물을 마당에 버리지 말라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