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

[서식지 보전 및 생명권 보장]

2024년부터 시작한 구경거리로 태어난 생명은 없다(이하 ‘구생없’) 프로젝트는 동물원-야생동물 해방 시민참여 프로젝트입니다. 대전의 공영 동물원 오월드의 전시·사육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전문가 현장 교육 등을 진행하며, 야생동물이 구경거리나 인간의 돈벌이 수단이 아닌, 생명의 존엄을 지키며 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합니다. 구생없 멤버들은 각자 한 종을 맡아 매월 한 번, 해당 동물의 방사장 앞에 가만히 앉아 그들의 행동과 관람객의 태도를 관찰합니다. 반달가슴곰, 수달, 미어캣, 사막여우, 아무르표범, 왈라루, 홈볼트펭귄, 프레리도그, 한국늑대, 흰꼬리수리 등 10명(命)의 종을 관찰합니다.

 

대전오월드 앞에 모인 구생없 프로젝트 참여자들

 

반달가슴곰은 동물원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존재입니다. 모니터링을 갈 때마다 늘 웅크리고 잠을 자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잠든 곰을 보며 ‘잠만보’라고 부르거나, 깨우기 위해 소리를 지르거나, 창을 두드리기도 합니다. 이에 반응하지 않으면 1분도 채 머물지 않고 우리를 지나갑니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 전기가 흐르는 나무 한 그루, 얕은 수영장, 플라스틱 공 하나가 전부인 좁은 방사장에서 몸을 숨길 수 없어 그저 등을 돌린 채 잠을 자거나, 벽 쪽에 붙어 한 공간을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정형행동을 반복합니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레리도그는 먹이를 먹는 짧은 순간을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창문을 긁습니다. 흰꼬리수리는 2007년 4월, 국내 최초 자연부화에 성공한 동물이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날개를 펼쳐본 적이 없습니다. 

 

대전오월드에 갇힌 프레리도그

 

현재 대전오월드에는 89종 736명(命)의 동물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본래의 서식 환경과 전혀 다른 공간에서 ‘보호’와 ‘보전’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보호와 보전일까요? 좁은 방사장에 가둬두는 것이 보호일까요? 멸종위기 종이라는 이유로 번식을 시키는 것이 보전일까요? 

동물원 존재 이유가 보호·보전에 있지 않음은 분명합니다. 이에 ‘구생없’은 갇혀있는 생명들을 애도하는 애도제를 열고, 시민에게 동물원의 의미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 모니터링 활동을 이어갑니다. ‘구생없’ 프로젝트는 대전오월드를 비롯한 지역의 동물들을 윤리적으로 대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전환하길 요구하며, 종국에는 전시동물, 감금동물이 사라지는 날까지 그들의 편에서 싸우려 합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송송이, 김건윤 활동가

 

◊ 활동가 한마디

동물의 생명이 존엄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그 어떤 동물도 감금과 착취,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지구공동체적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