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천에서 오는 개운한 기쁨, 함께 맛보실래요?

봄답지 않게 후덥지근 한 4월의 어느 날,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조영글 님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도심이지만 미술관 근처에는 큰 나무들이 많아서 그늘도 넉넉하고 바람도 곧잘 불었습니다. “아 시원하다.” 여유를 부리며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동그랗고 귀여운 나무 열매를 발견했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솔방울의 질감, 체리의 모양을 한 열매를 두 알 주워 손에서 한참 굴리다 서둘러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녹색연합: 그림책 4권을 냈고, 8살 아들을 키우는 그림책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조영글 님. 아들이 성장하는 단계에 따라 그림책의 주제도 달라졌는데, 『지구 레스토랑』(미디어창비, 2023)이 가장 최근작입니다.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나, 같이 나누고 싶은 주제를 자연스럽게 고르다 보니 이번 책의 주제는 자연이 되었다고 합니다.

조영글: 아이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짓다 보면 이야기가 간결해지고 군더더기가 없어져요. 멋 부리면 안 되거든요.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주고 제가 작업하기에도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약간 개구진 면이 있어서 그림책 작업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녹색연합: “지구 레스토랑은 아름다운 지구를 맛볼 수 있는 우주 유일 레스토랑입니다.” 지구 레스토랑에는 다양한 ‘지구의 맛’이 등장하더라고요. 주인공이 맛보던 지구의 맛은 결국 ‘추억’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그리게 되셨나요?

조영글: 봄에 벚꽃 떨어지고 가을에 단풍 지면 너무 아름답잖아요. 사람이 만든 거랑 비교가 안 되죠. 인간이 인위적으로 뭔가를 만들려고 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멋이 좀 달라요. 코로나가 딱 터졌을 때 세상이 너무 확 바뀌면서 예전에는 당연했던 것에 접근하지 못하던 상황이 너무 무서운 거예요. 전쟁도 나고 기후위기도 심해지는데 나에게는 아이가 있고. 그래서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한 것 같아요. 경각심을 주자는 의도는 아니었고요,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녹색연합: 화사한 파스텔 톤의 포근한 그림체인데, 배경이 포스트 아포칼립스여서 살짝 놀랐습니다. (웃음)

조영글: 그 멸망이라는 설정도 무섭게 느끼기보다는, 끝을 상상했을 때 느껴지는 현재의 소중함을 강조하려고 했어요. 갈수록 환경이 안 좋아지는 세상을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 어린이책에서 환경을 이야기하는 게 너무 꼰대 같아서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거든요. 지구가 물병이라면 가득 차 있던 물을 어른들이 다 마시고 20%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후세대에 아껴 쓰라고, 아껴 마시라고 말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내가 살아갈 터전을 내가 아끼는 태도는 되게 멋진 일이니까, 그런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지구 환경은 나빠지지만 스스로 자연을 최대한 감각할 수 있도록요.

녹색연합: 자연에 드는 기회를 자주 가지려고 노력하시는 편인가요?

조영글: 최근에 아이랑 산에 다니고 있어요. 문득 서울이 너무 멋진 도시더라고요. 산도 많고. 꼭대기에 올라가서 느끼죠. ‘어떻게 도시 안에 이렇게 높은 산이 있을까, 이야 참 멋진 도시다!’ 아이도 재밌어하고 넘치는 에너지를 막 산에서 분출하고요. 인공적인 놀이터보다 좋은 건 두말할 것 없고, 뿌듯함도 느끼고 자연도 느끼고 두루두루 좋더라고요.

녹색연합: 어른으로서 계속 나빠지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도 가지고 계실 텐데, 일상에서는 지구를 위해 어떤 실천을 하시나요? 그런 실천 속에서 녹색연합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조영글: 제로웨이스트 실천할 때 ‘개운함’을 느껴요. 쓰레기를 만들지 않았을 때의 후련함!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이 있더라고요.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자유로워질 거로 생각하지만 사실 소비를 하지 않아야 자유로워지는 거잖아요. 크게는 못하더라도 약간씩 시도해 보는 게 중요하죠. 그럴 때 느끼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도 이 개운함을 한번 맛보면 계속하고 싶어 할 텐데!

제가 원래 식물을 진짜 잘 못 키웠거든요. 언젠가는 수경재배가 쉽다고 해서 뿌리를 구해다가 수경재배를 시작했는데, 정말로 식물들이 잘 크는 거예요. 식물을 더 키우고 싶다는 욕망과 함께 식물을 가꾸는 능력도 자연스레 늘었죠. 이제는 흙에 심어도 죽이지 않는 정도의 레벨이 되었고요. 그러고 보면 다 연결돼요. 식물을 좋아하면 요리랑도 연관되고, 쓰레기에도 관심이 생기고, 그러다 바깥 자연에 대해서도 감각이 확장돼요. 그렇게 조금씩 연결 지점이 번지는 것 같거든요. 녹색연합이 작은 계기들을 만들고, 그 계기가 예쁘고 아기자기해서 계속 가꿔나가고 싶게 이어가 주시면 좋겠어요.

조영글 님은 『지구 레스토랑』의 인세 일부를 녹색연합에 후원해 주셨습니다. 몇 단체를 찾아보다가 녹색연합을 처음 알게 되었고,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젊은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녹색연합이 만난 조영글 님도 청량한 목소리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후원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신나게 자랑했다고 하는데요. 후원 이후에 대한 어떤 기대보다도 약간의 자기만족과 죄책감을 덜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는 솔직한 이야기에 이어, 무엇보다 옆에서 내 아이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컸다고 해요.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자기 용돈으로 자신도 기부하겠다고, 아빠에게도 기부하라고 말하는 모습에 큰 뿌듯함을 느꼈다고요. 정말로 어른은 어린이의 거울인가 봅니다.

조영글 님의 말처럼, 경각심을 주입하기 위해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의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있도록, 자연을 감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함께 애씁시다.

인터뷰 장소 근처에서 주웠던 동그랗고 귀여운 열매는 편백나무의 열매였습니다. 『지구 레스토랑』 식으로 이야기해 볼까요? 봄날, 길에 떨어진 편백나무 열매의 동글동글한 촉감을 와작와작 맛있게 디저트로 먹었습니다. 오래도록 간직할 경쾌한 맛이었습니다.

“건강한 지구와 건강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건배!”

*5월 5일 어린이날, 『지구 레스토랑』 사인본 댓글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녹색연합 인스타그램에서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확인하세요!

인터뷰: 김진아, 배선영


‘그린 파트너스’에서는 녹색연합의 가치에 동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분들을 인터뷰하여 이야기를 전합니다.